지난 주, 광양시의회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한 시의원의 특별한 프로포즈 때문이다.
박철수 의원은 지난 11일 광양시의회 제325회 임시회에서 시정질문을 진행했다. 1시간에 이르는 시정질문을 마친 뒤 갑작스레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돼 죄송하다”며 운을 떼더니 한 여성의 이름을 부르면서 “결혼해달라”고 호소했다. 본회의장에 있던 일부 공직자들은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기도 했다. 프로포즈를 마친 박 의원은 해당 여성의 사무실을 찾아 결혼 승낙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처음엔 공식 석상임을 고려하지 못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점차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박 의원의 돌발 프로포즈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국가소멸’이라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연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고, 출생아는 20만명대도 붕괴 위기에 놓였다. 광양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832명이 태어나면서 아슬아슬하게 합계출산율 1을 유지했지만 매년 신생아가 30여명씩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800명대도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놓였다.
정부, 여야, 지자체를 불문하고 결혼과 출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는 마당에 1분 남짓한 ‘프로포즈’가 대수냐는 반응으로 돌아섰다. 실제로 임신중이거나 출산을 앞둔 부부에게 ‘애국자’나 ‘국가유공자’라는 말들이 일상적인 농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외친 ‘47세 노총각’은 얼핏 용감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분명 박철수 의원의 행동은 부적절했다. 사적인 일을 공식 석상에서 논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게다가 전 시민을 대상으로 생중계되는 본회의 중에는 더욱 해서는 안될 돌발 행동이었다. 의회의 권위도 중요하고, 공인으로서 인식도 중요하다. 당연히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헷갈려선 안되고 공적인 위치를 사적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
박 의원도 부적절한 행동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며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곧바로 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었으며,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업무시간에 찾아가지도 않았고, 프러포즈를 통해 피해를 받은 시민도 없다. 보는 이들이 약간 불편했을지도 모르지만 규정을 위반하거나 시정질문에 소홀하지도 않았다.
우리 모두 인식하는 저출산이란 ‘비상상황’에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그에게 1분 남짓한 잠깐의 시간 정도는 허가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