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날씨가 이상하다. 매년 몇십년만에 폭염이니 강추위니 하는 기사가 쏟아져 새삼 놀랍지도 않지만 최근에는 정말로 요상하다. 여름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마냥 비가 쏟아지더니 11월은 때아닌 추위가 찾아왔다. 추운 겨울이 되지 싶어 서둘러 방한 준비를 마쳤더니 12월은 가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는 날씨가 지속됐다.
이런 이상한 기후변화에 정신을 못차리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에는 최고 70cm의 눈이 내린 날 제주에서는 봄꽃이 피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단 이야기야 수십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해가 지날수록 몸소 느껴지기 시작한다.
기후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각국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며 앞다퉈 저감 대책과 정책을 발표했고 유럽연합은 ‘만들 때 탄소가 배출되는 제품은 세금을 더 받겠다’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에 이어 2023년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탄소배출 지자체 상위권에 위치한 광양시도 손놓고 있을 순 없었다. 정부 방침에 맞춰 분야별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5개 분야, 15개 과제, 84개 세부사업 계획을 세웠다. 비록 탈락하긴 했지만 2022년에는 탄소중립 그린도시에 도전하는 등 공모사업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40%감축에 성공하더라도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사실상 광양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9할은 광양제철소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광양제철소도 전기로 신설,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포스코 2050 탄소중립 기본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 10%감축이 목표다. 정부 역시 기본 계획을 확정하면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전 14.5%에서 11.4%로 완화했다.
이런 상황에 놓이자 광양시는 지난해 환경부가 공모한 ‘탄소중립 도시(net-zero)’사업에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도 2030년까지 탄소 제로를 만들기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며 갖가지 공모사업과 정책을 들이밀고 있지만 정작 광양시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숲을 조성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보급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아무리 늘려도 산업계 감축이 동반되지 않으면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환경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가 아닌 한시라도 빨리 최대한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를 날린다. 정부의 기본 계획 발표당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성명을 통해 “탄소중립 포기계획”이라며 전면 재수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탄소중립 목표 시기가 빨라질지언정 늦춰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현 시점에서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그저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기후변화가 체감된다면, 자녀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면,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기 싫다면, 지역 산업계가 보다 전향적이고 협력적인 자세로 진정성있는 탄소중립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