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연락처 공개, 반대 문자폭탄
“공감되는 랜드마크가 필요”
정인화 시장이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온 ‘랜드마크 조성사업’ 예산이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당초 이번 임시회 추경심사 통과가 어려울 거란 전망과 다르게 소관 상임위인 총무위를 통과하면서 반전을 이뤘지만 결국 예결위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시의회 예결위원회는 지난 18일 2023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을 심사하며 일반회계 사업 12건 12억840만원 중 11억9420만원을 삭감했다. 이 중에는 이번 추경안의 가장 큰 이슈인 ‘광양을 빛낼 관광 랜드마크 조성사업 추진’ 예산 2억원이 포함됐다.
최근 지역 사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랜드마크’ 사업은 지난해 본예산에 ‘이순신 철동상 건립 타당성 용역’ 3억이 포함되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시의회는 “현실성 없는 사업”이라는 이유를 들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며 상임위원회인 총무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시는 철 동상이란 이미지가 주는 느낌을 탈피하고자 이번 추경안에는 랜드마크로 변경한 채 해당 안건을 재상정했다. 이에 일부 찬성의견을 보인 시의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시민사회 역시 랜드마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전과 다른 분위기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름만 바꾼 꼼수’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결국 상임위원회에서 승인됐다. 상임위를 통과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치열한 토론 끝에 찬성 4명, 반대 3명으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됐다.
해당 예산이 상임위를 통과하자 시민사회에서는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글이 돌았다. 이 과정에서 예결위원들의 전화번호가 공개되며 의원들은 문자폭탄을 받기도 했다.
예결위에 속한 한 의원은 “반대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며 “해당 안건을 심의하는데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부담감도 컸고, 그만큼 신중하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여론을 의식한 듯 예결위에서는 상임위의 판단을 뒤엎었다. 그동안 상임위에서 부결된 예산이 예결위를 통해 승인된 사례가 있긴 했지만 상임위에서 승인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삭감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예결위에서도 7명의 의원이 장시간 회의를 이어갔으나 한 표차로 결과가 갈렸다. 그동안 이순신과 광양의 연관성을 주장해온 정회기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의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이순신 기념사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민들과 토론회나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가 에펠탑이나 브라질 예수상, 자유의 여신상 등과 같은 동상 형태를 제시해온 탓에 이번 랜드마크 용역은 이미 철동상이라는 프레임이 생긴 상태”라며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미래도시 광양’과 어울리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