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열고 진단과 대책 논의
활성화 위한 협의체 구성 전망
여수광양항만공사(YGPA·사장 박성현)가 지난 10일 오전 월드마린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활성화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 2108년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며 위기감이 커져온 데 따른 것으로, 물동량 감소의 원인을 진단하고 유관기관이 모여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광양항이 처한 위기
광양항은 2018년 컨테이너 물동량 240만TEU를 달성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오다 지난해 186만TEU로 결국 200만TEU마저 무너졌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올해도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 우-러전쟁, 대중 무역 등 다양한 대외적 상황을 일시적 요인으로 들수도 있지만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광양항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1년 전국 3003만TEU 중 광양항은 7.1%를 차지했으나, 이듬해인 2022년 전국 2880만TEU 중 광양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인천, 당진, 울산 등은 비슷한 점유율을 보였으며 부산의 경우 1%가량 상승했다.
결국 광양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부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실제 컨테이너 물동량은 광양항 전체 물동량 중 11%에 불과해 아직 광양항의 전체 물동량은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 화물의 ‘컨테이너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향후 컨테이너 화물량은 매년 3~5%가량 꾸준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은 왜 부산으로?
토론회에서 세션1 발표를 진행한 강효원 안동대학교 교수는 △원앙항로 급감 △환적화물 감소 △고객 서비스 △항로 연계성 △화물유치부족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으로 광양항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수산단 물량이 코로나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부산항을 찾는 화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광양IC에서 진해IC로 이동하는 차량을 분석한 결과 화물차 비율이 70%가 넘었다”며 “단순하게 계산해도 15만TEU가량이고 옥곡IC, 동광양IC를 더한다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항을 이용하는 화주업체인 LG화학 손승구 물류팀장은 “광양항을 이용한 근해지역인 중국/아시아 수출에는 문제가 없지만 미주나 유럽은 기항선사가 미미하거나 직항 노선이 없어 납기일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외에 하역장비가 노후화된 데다 규모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강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광양항 운영사 2곳은 각각 2001년, 2004년에 운영을 시작했으나 부산신항은 2009년, 2010년이며 인천항은 2015년, 2016년으로 비교적 최근 시설로 조사됐다.
기울어진 정책…부산항 편중돼
이 같이 광양항 패싱이 늘어가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정부 정책이 부산항을 우선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성현 YGPA 사장은 환영사에서 “우리는 아직 ‘투포트 항만’이라는 향수에 젖어있다”며 “지금도 ‘투포트’ 정책은 유지되고 있지만 과거 광양, 부산에서 현재는 부산북항, 부산신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만개발예산도 3차 항만기본계획에 부산항 4조 3천억, 인천항 1조 8천억, 울산항 1조 8천억이지만 광양항은 1조에 불과하다”며 “이어진 4차 항만기본계획에서도 부산은 5조가량되는 예산이지만 광양항은 2조 1천억원”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앞으로 부산 제2신항에 12조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면 ‘부산 쓰리포트’ 체제가 될 것”이라며 “예산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광양항의 (암울한)미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만공사 임·직원뿐만 아닌 유관 기관들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컨테이너 선박이 대형화되고 얼라이언스(해운동맹)가 생겨나면서 국가별 허브항에 입항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광양항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참석하신 분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물동량 재고를 위한 대책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 목소리를 모았다. 산발적으로 조직된 협의체를 탈피해 범협의체를 구성하고 전략적으로 예산확보를 위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양항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정책 및 제도지원 등으로 세분화하고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화주와 선사, 포워딩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항로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나선다.
주요 15개 선사를 대상으로 1대1 마케팅을 펼쳐 나가는 한편 코로나로 중단된 원양항로 5항차에 대해서도 재기항을 추진키로 했다.
또 선사나 화주의 요청을 적극 검토해 터미널 서비스 향상,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제공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실시할 계획이다.
광양경제청, 광양시 등과 연계해 자체 물동량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세풍배후단지에 신규 입주기업을 유치하는 건 물론이고 급작스런 산업단지 수요에 발맞춰 해룡 2-2단계, 세풍3·4단계, 율촌 2단계 등 산단 조성에 나선다.
아울러 광양, 순천지역 597㎡에 미래첨단소재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송경미 광양시 철강항만과장(대행)은 “연내 (광양항)유관기관 협의회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며 “단발성 고민에 끝나지 않고 분기별로 회의를 열어 진행 상황을 논의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