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그룹이 신산업을 검토 중인 동호안 부지에 규제가 풀리며 4조원대 규모의 투자가 예고됐다. 지역사회는 상생협의회 요구 사항 중 하나인 신산업 투자계획에는 환영하지만 포스코 퓨처엠 본사 이전이나 정비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포스코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반응이다.
놀던 땅 동호안, 규제 풀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아 국가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입지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광양 지역에 신성장산업 투자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현행 제도하에서 적극적인 해석으로 가능한 부분은 바로 시행하겠다”며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상반기 중 입법예고를 완료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상 당초 계획 수립시 허가받은 산업과 연관된 업종만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포스코는 동호안 내 유휴부지가 있음에도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했다. 이에 광양시와 포스코 등은 관련 부처를 찾아 수 차례 규제 완화와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 신성장사업 육성과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투자가 가능해지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포스코, 대규모 투자계획 밝혀
이번 정부의 발표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동호안에 4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2033년까지 향후 10년동안 4조4000억원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계획으로는 이차전지 등 첨단기술과 수소 등 녹색기술 관련 산업이 중심이 된 신산업이 주를 이룬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은 이로 인한 생산 유발효과가 연간 약 3.6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역간 약 1.3조원, 취업 유발효과가 연간 약 9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스코는 “이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포스코그룹은 동호안 부지에 기존 철강과 국가첨단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메가 미래형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지방소멸 방지에 기여하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갈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사회 반응은
이번 대규모 투자 소식과 별도로 포스코와 지역사회의 갈등 장기화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사회는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대규모 투자 가능성이 열린 것을 두고 일단 반기는 분위기지만 포스코그룹이 광양 지역에 투자를 늘리는 만큼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지역사회는 △상생협의회 적극참여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자회사 설립 추진 중단 △미래 신사업 적극투자 등을 촉구해왔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이뤄졌으나 나머지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포스코가 서둘러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처럼 지역사회가 대규모 투자 소식에도 환하게 웃지 못하는 데에는 붉어진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게 될 경우 산단 조성 이후 같은 문제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포스코가 “지역 소상공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안이나 대책을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비자회사 직원을 채용하는 등 물 밑에서 신규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성호 광양시의회 부의장은 “신산업 분야 대규모 투자는 상생협의회에서 요구해 온 사안 중 하나이기 때문에 환영한다”면서도 “포스코퓨처엠(구 포스코케미칼) 본사 이전과 정비자회사 등에 대해 포스코는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듣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비자회사 관련해) 회사 이름도 정해지지 않고 연봉, 복지 등 채용 조건도 정하지 않고 일단 채용부터 한다는 것은 이상한 상황”이라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피해방안 예방대책, 운영 세부방침, 설립 배경 등에 대한 대 시민설명회 등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