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야기: 4-23.그림자와거울>
바늘구멍 사진기
어제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기의 필름에는
지금도 우리는
거꾸로 매달려 있겠구나.
어, 갑자기 어지럽네!
아기 고라니야, 안녕!
우리집뒤에는산자락이끝나는곳에 커다란 바위 두 덩치가 뒤엉켜 있어요. 그곳까지는 조그마한 우리 텃밭이 있 고,그끝에두덩치가서로뒤엉킨사이 에 공부방만 한 공간이 있어요. 햇빛이 곧바로 찾아드는 곳이라서 하루 종일 햇살이 느긋하게 게으름 피우다 가는 곳이에요.그래서아빠가그입구에돌 담을쌓아우리처럼만들고『햇살골 방』이라고 명패까지 붙여 주었어요.
바닥에야외돗자리를깔고큼직한돌 책상과 돌의자를 설치하고, 장난감이나 책 같은 잡동사니를 모아두고 심심하면 찾아가서 노닥거리며 노는 곳이에요.
어느날누나와나는아지트인『햇살 골방』에들어서다말고멈칫멈춰섰 어요.“저거 뭐지? 고라니 새끼 아냐?”
어린 고라니가 찾아들어 돌책상과 돌 의자 사이에 웅크리고 있었어요.
“정말이네. 저게 어떻게 여길 들어 왔지?” 고라니도 우리를 보고 놀랐는 지 도망가려고 일어서려다 곧바로 주저 앉고 말았어요. “어라? 좀 이상하지? 다친 걸까?”우리가 조심스럽게 다가 가자 고라니는 “캐애! 캐애!”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려고 뒤뚱거리다 주저앉곤 했어요. 가까이 다가가 고라
니를 잡아 안아 여기저기 살펴보았어 요. 어디가 아픈지 알 수가 없었어 요.“배가 고플 거야. 우유나 좀 있었으 면 좋겠는데.”“냉장고에 우유 있을 거야. 얼른 가서 가져올게.”
슬이가곧바로뛰어나가더니한참만 에 우유를 가지고 돌아왔어요. 고라니 에게우유를주자잠시망설이더니금 세 핥아먹기 시작했어요.“애를 어떡하 지?여기이대로혼자놔둬도될까?”
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 요.“저기 어디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주 고 나을 때까지 우리가 보살피지 뭐.”“글쎄, 그래도 될까?”“내 공부 방에 야외용 담요가 있어. 그걸로 보금 자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네.”“야생동 물 보호소에 연락해서 데려가 치료해야 할것같아.”“그러면다시는못보잖 아. 우리가 보살펴보자구.”“우리가 어떻게 보살핀다는 거니? 어디가 아픈 줄도 모르잖아?”“그때 가서 연락하 면 되잖아.”“그땐 이미 늦다구. 그러 다 죽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구 그러 니!”“그럼, 여기서 하룻밤 지내도록 하자, 응?”“안 된대두 너 자꾸 그럴 래?”
슬이는 아기 고라니와 잠시라고 함께 있고 싶어했지만, 누나는 결코 물러설 것 같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