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문학에 물들다’ (1)
‘광양, 문학에 물들다’ (1)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09.22 18:24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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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김승옥 문학세계 한눈에…순천문학관 - 순천만 정원과 연계한‘자연 속 생태 문학관

두 작가의 작품·영상자료·육필원고 등 전시

광양시는 오는 2022년 문화도시 지정과 이후 유네스코 문학도시 선정을 목표로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른이 읽는 동화를 표방하며 우리나라 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동화작가‘정채봉’,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바람과 도시’로 등단해 1984년 제8회 이상문학상 대상과 1993년 단재학술상을 수상하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1996년까지 동덕여대 사학과 교수를 지낸 소설가 이균영, 윤동주 유고시집이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에서 발견되어‘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탄생시킨 곳도 바로 광양이다.

또, 산재 최산두·매천 황현 등 훌륭한 선비 문장가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광양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유배생활의 애환을 담은 명문장을 남겼다. 다시 말해 다른 도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문학의 역사와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양은 문학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광양신문은 기획취재‘광양, 문학에 물들다!-품격 있는 문화도시, 유네스코 문학도시 광양!, 문학관 건립으로 완성’을 통해 문화도시 지정 이후‘유네스코 문학도시’를 지향하며 사업을 추진하게 될 광양시에 문학관 건립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로 고 정채봉 작가의 흔적을 모아 놓은 순천문학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정채봉·김승옥을 만나는 곳,  순천문학관

고 정채봉 작가의‘오세암’을 두 번 읽었다. 두 번 다 책을 덮고 나서 소리 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가슴 저린 그의 자전적 소설 오세암은 그의 딸 정리태 씨가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문학의 새 장르를 연 고 정채봉 작가와 무진기행의 김승옥 소설가의 생애와 작품을 순천문학관에서 만날 수 있다.

순천만 정원 끝자락에 있는 갈대로 지붕을 엮은 초가는 순천시가 순천 출신 고 정채봉 동화작가와 김승옥 소설가의 문학사상을 기리기 위해 정채봉관, 김승옥관, 다목적실, 문학해설사의 집, 휴게실 등 초가건물 9동으로 세운 문학관이다.

두 작가의 전시관은 그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꾸몄고 원고지에 직접 써 내려간 빛바랜 육필원고와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김승옥관은 김승옥 소설가의 생애와 문학사상을 기념하고자 육필원고, 저서, 영화 시나리오 테잎 등

300여 점의 귀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정채봉관은 고 정채봉 작가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느낄 수 있도록 작품·육필원고·소장도서·생활용품·영상자료 등 1411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말을 잃어버린 김승옥 소설가를 위해 순천시는 김승옥 관을 그의 집필실로 꾸며 주었다. 김승옥 소설가는 1주일에 3일 정도 문학관에 머무르며 말과 글을 잃은 자리를 그림으로 채우며 작가를 기억하는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현 순천문학관 해설사는“두 분의 작가를 기념하기 때문에 특정인의 이름을 쓰지 않고 문학관 이름을‘순천문학관’으로 지었다. 순천문학관은 자연 속에 문학관이 들어와 있는 생태문학관이라는 것이 다른 지역의 문학관과 다른 점이다”고 설명했다.

고 정채봉 작가는 어릴 적 엄마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았지만 항상 밝았다고 한다. 샘터사 주간으로 있을 때 법정스님의 글을 실었는데 오자가 있어서 법정스님이 불같이 화를 내자 추운 겨울 밤 기차를 타고 법정 스님을 만나러 왔고 그 일로 두 사람의 인연이 각별해졌다는 일화를 문학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삶의 아픔, 문학으로 승화시킨

두 작가의 흔적 그대로…

 

삶의 아픔과 어려움을 글로 승화한 작가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순천 문학관을 찾고 있다. 포항에서 온 한 남자 여행자는“포항은 산업도시라서 이런 문학관이 없어 삭막하다”며“사정이 있어 잠시 휴직중이라 여행을 오게 됐다. 삶이 힘들 때 여행이 위로가 되듯이 문학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정채봉 동화작가가 순천에서 태어난 작가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2010년 10월 개관한 순천문학관은 부지면적 8223㎡에 건물면적 4만6267㎡ 초가 9동으로 김승옥

관, 정채봉관, 다목적관, 관람객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쉼터와 추설당을 갖추고 있다. 순천문학관은 순천만정원에 왔다 들렀다 가는 사람들도 많아 관람객들을 위해 초가마당에서 편안하게 놀다 갈 수 있도록 전통놀이기구도 준비해 놓고 있다.

초중고 시절을 순천에서 보냈고 대표작‘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순천에 김승옥 소설가의 문학관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 정채봉 작가의 많은 이야기들은 순천보다 광양에 더욱 많이 남아있고 그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많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천시가 정채봉의 이름을 선점해 문학관을 세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순천만을 배경으로 한 김승옥 소설가의 대표작 무진기행은 한국 문학평론가들이 뽑은 현대문학 100년 동안 가장 우수한 단편 소설로 선정됐고, 아이들만 읽던 동화를 어른이 읽는 동화로 독자층을 확대한 고 정채봉 작가는 한국 아동문학 부흥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작가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