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악성 미분양,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은 ‘실수요자’
기획<1> 악성 미분양,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은 ‘실수요자’
  • 김보라
  • 승인 2016.10.21 20:59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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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아파트, 광양시의 주택정책을 진단한다

2016년 기준 광양시의 주택보급률이 113%에 다다르고 있다. 15만2132명의 광양시민이 세대당 1채의 집을 가졌다고 가정했을 때 100채당 13채의 집이 남는다는 결론이다. 노후한 주택 여건 개선을 위해 새집을 지속적으로 보급해야한다는 논리에 따라 주택 과보급 현상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도시화의 역사가 길지 않은 광양시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새 아파트 공급이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탁 양상을 보이는 등 주택 과보급의 문제점을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현재 광양시의 주택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2002년 100% 달성 후, 지속 상승중인 광양시 주택보급률

광양시의 주택보급률은 2002년 100%를 넘어선 후 2016년 현재 113%를 육박하고 있다. 2005년 105.3%(당시 인구수 13만8098명)였던 주택보급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주민등록상 인구 15만명 달성 캠페인의 성공으로 2009~2011년 주택보급률은 103%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2년 대규모 새아파트들이 한꺼번에 완공되면서 주택보급률이 107%를 넘어서는 등 큰 폭 상승했다. 이후 2013년 109.97%, 2014년 111.44%, 2015년 110.32%등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을 상승시키는 요인은 단연‘신규 아파트’다.

2005년 기준 광양시의 총 주택 4만9221 가구중 단독주택은 1만6682가구, 아파트는 2만6491가구, 연립주택은 3902가구, 다세대주택은 461가구, 비주거용 건물내는 1685가구였다.

2016년 기준 광양시 총 주택은 6만7879가구로, 단독주택은 2만1770가구, 아파트는 4만162가구, 연립주택 3619, 다세대주택 697, 비주거용 건물내 1631가구다.

10여년 동안 단독주택은 5088가구 늘었는데 반해 아파트는 1만3671가구로 2.7배 정도 늘었다. 특히 2009년 3만1358가구였던 아파트가 2016년 4만162가구로 크게 늘었다. 7년새 8804가구가 새로 지어진 셈이다.

2010년대 광양시 부동산 시장의 화두 ‘악성 미분양’

젊은 세대가 많은 광양시의 특성상 아파트를 선호하는 주거형태에 따라 아파트 신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단기간에 신규아파트 분양이 몰리면서‘악성미분양’이 등장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공사 완료 후에도 분양되지 않는 아파트를‘악성 미분양’아파트라고 하는데, 이는 2009년 지어진 써니밸리 아파트와 2010년 완공된 우림필유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준공과정에서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이미지가 나빠져 미분양 아파트로 전락한 이후,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분양분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면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광양시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써니밸리 아파트는 현재 미분양 물량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건설사에서 아파트 이미지를 위해 미분양 등록을 축소, 누락하는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써니밸리 아파트는 최근까지도‘회사보유분 할인분양’플랜카드를 내걸었으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전세임대’로 전환해 세입자를 끌어 모은 상태다.

우림필유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광양시에 등록한 자료만 보더라도 2014년 326세대가 미분양 등록한 이후 9월 현재까지도 250세대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림필유 역시 미분양분 해결을 위해 2년전‘2년 전세 후 분양’을 내걸고 세입자를 모집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8, 9월 입주한 e편한세상과 자연애 역시 43세대와 4세대를,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진아리채 2차는 12세대를 미분양분으로 광양시에 신고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미분양 물량이 부동산 중개업체나 임대사업자 등을 통해 매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써니밸리 전세전환 29세대, 쫓겨날판

‘악성 미분양’은 공사대금 미회수와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건설사에게 엄청난 리스크를 안겨준다. 미분양 해당 건설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체에 수수료를 주며 판매를 위탁하거나 임대사업자들에게 대규모로 물량을 넘긴다. 이 과정에서 허위, 과장 광고가 등장하며 이해 관계에 따라 악성 루머가 도는 등 부동산 시장의 혼탁을 야기한다.

더 큰 문제는 소규모 임대 사업자들이 ‘전세 전환’했을 경우다. 써니밸리는 신탁회사와 우선수익자 동의 없이 2년 전세후 분양을 내걸고 세입자 29세대를 모집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신탁회사와 우선수익자(집주인격)가 세입자들을 상대로 퇴거를 요구하는 명도소송을 냈으며 임차인들은 하루아침에 이사를 가지 않으면 전세보증금과는 별도로 월세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2년 전세 후 분양을 내걸고 320여 세대를 모집한 우림필유 역시 각종 감언이설로 세입자를 모집한 후 전세대금을 금융비용과 공사대금으로 써버렸다.

막상 세입자들이 2년 후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자 돈이 없다며‘계약서’를 토대로 법률적인 근거를 대면서 부동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세입자들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전세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며 세입자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우림필유의 경우 세대수가 많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보증보험이 들어있어 보증금을 날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5년 전세 후 분양’이라는 카드로 단기간에 미분양 물량을 해결한 자연애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보증보험도 들어있지 않은데다 세입자에게 고지 없이 은행 대출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계약자들이 반발로 계약금을 반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임대사업자와의 계약은 개인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행정에서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부동산과 계약관계, 법률 등에 지식이 많지 않은 광양시민들이라는 부분에서 시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관계업자는“e편한세상이나 진아리채 2차 등 입주중이거나 6000세대에 이르는 부영 등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면서“프리미엄 거래라든지, 분양사들의 허위, 과장 광고라든지 광양시에 만연하고 있는 부동산 혼탁 현상을 시에서 일정부분 관리, 감독할 의무와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