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움직이자 사측‘직장폐쇄’강경 조치 …“새주인의 노조 길들이기”
“법정관리 중에도 이익 낸 회사에 임금 현실화 요구한 게 죄입니까?”
지난 7일 광양읍 초남리에 위치한 (주)B&B성원 앞 노상. 노조원 몇몇이 불을 피우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살 끝을 에이는 칼바람이 야속하기만 한 꽃샘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연신 불가에서 녹여보지만 그 추위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도 회사에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현실이다.
벌써 103일째 이들은 거리에서 먹고 지내며 추운 겨울을 지낸 이유는 사측의 ‘직장폐쇄’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6일, 노조가 소폭의 임금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지 불과 4일만에 사측은 ‘직장페쇄’를 단행했다. 그날부터 이들은 월급 한푼 받지 못한 채 거리로 출근하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다.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폭을 조금만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류경호 B&B성원지회 부지회장은 “2012년 기준 10년 차 현장직 직원의 시급이 5310원(당시 최저임금 4860원)에 불과했다”면서 “주 평균 3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해오며 기계처럼 일만 해왔지만 돌아온 건 회사의 부당대우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정관리 중에도 이익을 낸 회사가 한명 당 일급 2000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 임금을 올려주기 싫어 직장 폐쇄를 했다는 것은 ‘인건비 아껴 내주머니만 채우겠다’는 심보”라고 하소연했다.
벌써 100여일째 시위를 이어가다 보니 가족들의 생계는 엉망진창이 됐다.
당장 아이들 먹일 게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와 싸우기도,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한푼두푼 모아둔 적금도 깨고 건설현장 일용직과 대리운전도 했다. 아내들도 일용직 일거리를 찾아다니며 생활비를 마련에 동분서주했다.
이대성 B&B성원지회 지회장 아내는 시민에게 드리는 호소글을 통해 “달력에 연장근무는 초록색, 철야근무는 빨간색, 휴일근무는 파랑색 표기를 해가며 밤낮없이 일을 한 남편을 바라보며 화장실에서 울기도 많이 했다”면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자 노조를 설립해야겠다는 남편 주장을 지지하기로 하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지만 사측의 무차별한 대처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결국 생활고에 지친 노조원들은 현재 당초 제시했던 8.8%의 임금인상안을 포기하고 사측이 제안한 4.6%의 임금인상안을 받아들였지만 사측은 ‘단협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을 때까지는 직장폐쇄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노조전임자보장과 산재 관련 등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게 직장폐쇄를 고수의 이유인데 이는 아주 소소한 사안일 뿐”이라면서 “단협이 마무리되면 직장폐쇄는 어차피 의미가 없는데, 대부분을 양보한 상황에서도 직장폐쇄를 풀지 않는 것은 ‘앞으로도 회사 말 잘 들어라’는 강압적인 태도이자 ‘노조 길들이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