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공무원의 ‘외침’…“악성 민원, 권리 아닌 폭력이다”
광양시 공무원의 ‘외침’…“악성 민원, 권리 아닌 폭력이다”
  • 이대경
  • 승인 2024.07.26 17:47
  • 호수 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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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직급 타겟 고소·고발 늘어
신체적, 정신적 타격으로 고통
법적, 제도적 개선에 기대 모여
△광양시공무원노동조합
△광양시공무원노동조합

최근 발생한 보건 공무원 대상 흉기 테러로 충격에 휩싸인 광양시 공직사회가 끊이지 않는 악성 민원에 시름하고 있다.

무한 책임을 당연시하는 시각과 증거 확보 어려움 등 특수성을 악용한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광양시 악성 민원 대응 TF팀’ 활동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욕설 △성희롱 △각종 위협 등으로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겪으며 병원 치료나 휴직을 선택하는 광양시 공무원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광양시 공무원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 응답자가 업무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부당한 민원 요구’를 꼽았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로 발생하는 악성 민원은 폭언·폭행 등 범죄형과 상습 반복형이다.

광양시청 건축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민원실과 교통·도로·건축 영역에 민원이 많다”며 “특히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이해관계 침해 여부와 사회복지 서비스 불만 등이 민원 발생 이유”라고 말했다.

악성 민원 대응에는 녹음과 녹취, 촬영 등을 통한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폭행 △공무집행방해 △스토킹 등 성립 여부가 악성 민원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 처리 과정에서 증거 수집이 어려워 숨어있는 악성 민원 사례가 다수인 게 현실이다.

올해 7월 기준 민원인 폭언 사례는 모두 총 2건 접수됐으며 그 중 1건에 대해 공무원 노조가 법률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민원인은 지난 2월부터 4월 사이 서류 열람을 요청하며 전화로 독촉한 후 사무실을 방문해 고성과 폭언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직사회는 무한 책임을 당연시하는 시각과 내부 인사 고과 악영향 등 이유로 민원인 관련 문제가 불거지는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지적한다.

광양시청 도시과와 허가과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기초자치단체는 밀어붙이면 민원 해결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최종 책임 주체이기 때문에 악성 민원의 주요 타겟”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위 직급 담당자를 대상으로 행정사 등 공공 영역을 대동한 고소·고발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 22일부터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달 31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치는 개정안은 △민원 전화 상시 녹음 △욕설·협박·성희롱 시 전화 종료 △폭언·폭행·흉기 소지 시 출입 제한과 퇴거 명령 △기관 차원 법률 대응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시행령이 적용되면 지난 5월 구성된 ‘광양시 악성 민원 대응 TF팀’ 활동에도 힘이 실릴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광양시 4개 부서와 광양시 공무원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TF팀은 △악성 민원 파악 △피해 공무원 지원 △법률 자문 △대응법 교육 △피해 실태 조사 △종합 보호 대책 마련 △전화 자동 녹음 허용 등 적극적인 보호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유희석 광양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악성 민원인이 공무집행 방해죄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며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 민원인과 공무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광양시청 직원 가운데 3명이 7차례에 걸쳐 심리 전문 기관에서 심리 상담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심리상담을 받은 직원은 모두 11명으로 모두 52차례 상담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