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은 우리가 지킨다’…주민자율방재 활성화
지난달 29일 충남 공주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세계는 또 한 번 자연재난의 엄청난 파괴앞에 절망하고 있다. 다행히 공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진도 3.5규모의 약진으로 대전 일부에서 건물이 약간 흔들린 정도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경우는 진도 6.4의 강진과 잇따른 12차례의 여진으로 발루치스탄주 인근 2천여 가구가 무너져 내리고 사망자 300여명에 4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그 피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재난은 예기치 안은 상황에서 발생하고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전대비로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생한 체험으로 실질적인 방재교육 실천
일본은 지진 등으로 인한 대형 재난을 직접 경험한 이후로 방재가 일상화 된 방재 선진국이다. 일본 사람들은 '재난은 피할 수는 없지만 대비를 잘한다면 피해를 줄일 순 있다'는 인식으로 방재교육을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또 재난 경험을 교훈삼아 일상 방재활동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방재활동을 펼치기 위한 국가차원의 재난전문가가 육성되고 있다.
일본취재를 마무리 하던 마지막 날, 예정에 없던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이시기가 일본에서 매년 있는 방재주간인데 마침 가까운 곳에 방재·구호 행사장이 있고 그곳에서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일정을 조정하고 찾아간 교토시민방재센터엔 방재 체험교육을 위해 찾은 많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로 북적였다. 건물 내 교육장 한가운데는 실제 헬기를 가져다 놓고 어린이들은 직접 소방헬기에 탑승해 스크린에서 투영된 재난지역 상공을 비행하는 체험을 함으로써 관심을 끌고, 시뮬레이션 게임을 이용한 소방관 체험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었다.
또 지진 체험 장과 토사유출 체험 장을 최첨단 영상과 음향시설을 통해 실감 있는 체험의 장을 만들어 살아있는 방재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방재교육은 어쩌다 한번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흥미와 관심을 유발함으로써 생활 중에 어느 때라도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방재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방재교육은 어쩌다 한번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흥미와 관심을 유발함으로써 생활 중에 어느 때라도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방재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체험으로 재난 대응방법 습득
현재 도쿄 소방청 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재교육센터는 모두 4곳이다. 그중 하나인 다찌가와 민방재교육센터는 20여 년 전 개관 이래 110만여 명이 다녀갔으며, 올해만도 5만4천여 명이 방문했다. 센터는 지진 시뮬레이션, 연기 체험실, 소방훈련, 응급처치 훈련실(CPR 등), 방재자료실, 문·답방, 방재 게임 룸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층 로비엔 소화기 모형 지우개와 액세서리 등 방재와 관련된 물품과 도구에 친숙함을 심어 넣어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자연스레 방재의식을 갖도록 해놓았다.
또 재난 발생 시 대처에 필요한 커터칼, 비상식량, 로프, 호일, 랩(추위 시 활용) 등 물품이 담긴 배낭과 소화기 모형 지우개, 연필 깎기, 다양한 액세서리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안내교육에 이어 처음 접하게 되는 체험시설은 지진영상체험관이다. 이곳은 돔 형태로 천장과 벽 전체가 화면으로 구성돼 있으며 화면에 따라 의자가 흔들리는 등 눈·귀·피부 등 오감 체험이 가능토록하고 있다. 영상 중간엔 진도7의 고베대지진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더하고 있다.
이어 지진 체험 실은 가구와 주방기구가 비치된 공간을 만들고 진도 3~7까지의 상황을 연출하며 지진 발생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교육하고 있다.
또 이곳에선 지진에 대비 무거운 물건이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 장치를 하고, 찬장 등도 쇠줄로 벽에 연결시킬 것과 화재 발생예방을 위한 가스차단, 안전한 퇴로확보를 체험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연기 체험 실은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에 질식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음에 따라 연기를 피해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체험케 한다. 이외에도 인공심폐소생술 훈련, 소화기 체험을 함께 실시하고 있으며 방재 Q&A 코너에선 방재와 관련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방재센터 안내를 맡은 모리가와(65)씨는 “재난발생시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안전 확보다”며 “반복되는 교육과 체험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자율 방재활동으로 재난피해예방
교토시 11개 구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1만1천명의 슈와츠 구는 소규모 주민 자주방재회가 활성화 된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 단위로 구성되는 일본의 자주 방재회는 방재활동을 하는 최소단위로 30~50세대, 많아야 100세대로 조직되며 그 안엔 방재담당 직원이 한명씩 배치돼 방재 지식을 습득하고 방재지부장으로 1년에서 2년의 의무 기간 동안 임무를 수행한다.
슈와츠 자주방재회에는 지역주민 1백여 명이 소속돼 무급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진, 화재, 홍수해 등 각종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방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화재 대처 방법을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그림으로 교육하고, 의용소방대와 함께 소방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또 재난발생 시 인명구조 훈련과 응급환자 긴급구조 활동과 함께 밤 8시부터 새벽 0시까지 일주일에 세 번 마을을 돌며 불조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슈와츠 지역은 자주방재회가 활성화된 동네답게 화재 발생 시 즉각 진화 할 수 있도록 주택4채 정도에 하나씩 소화기를 비치하고 화재 대비용으로 집 앞마다 물동이를 내놓고 있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2차 피해로 화재가 일어난다는 경험으로 인한 교훈을 얻어 이 같은 사전 방재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초등학교를 피난지로 활용하기 위해 학교에 공동 취사 공간을 마련하고 있으며 학교 운동장 지하엔 대형 물탱크를 만들어 100톤의 생활용수를 비상시를 대비해 저장하고 있다.
슈와츠방재회 기오시 다케시타 회장(59)은 “재난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화 하는 게 우리들의 몫이다” 며 “취약지역은 지역주민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방재교육 일상화로 위기상황 발생 시 지역주민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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