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 8년 여정 끝에 학사모 쓴 ‘이철식’ 어르신
만학 8년 여정 끝에 학사모 쓴 ‘이철식’ 어르신
  • 김호 기자
  • 승인 2025.03.14 17:36
  • 호수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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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나이에 ‘배움의 한’ 풀어…순천제일대 사회복지과 졸업
9년 전, 암 수술 계기 “남은 인생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용기”

늦은 나이에도 학업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배움에 도전하는 만학도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꿈은 접어둔 채 먹고살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다가 다 늦은 나이에 비로소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해 쉽지 않은 학업의 길을 선택한다.

광양읍 매화마을 주공아파트 이장(9년)과 입주자 대표회장을 맡기도 했던 이철식 씨(78)도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증명한 만학도다. 

이철식 씨는 지난 2월 13일 순천제일대학교 사회복지과를 졸업했다. 일흔 나이에 초등학교 졸업 학력 취득을 시작으로 8년 만에 학사모를 쓰며 배움의 한을 풀었다.

이철식 씨는 “지난 8년이란 시간이 꿈처럼 지나갔다”며 “자식들에게 졸업식에서 ‘근면상’을 받았다고 했더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해낸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해줘 기쁘고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씨가 오래전 중단했던 학업을 다시 이어가게 된 계기는 9년 전에 겪은 암 투병이 계기가 됐다. 

이철식 씨는 “집안의 장남으로서 생계를 책임지느라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며 “9년 전쯤에 암 수술을 받고 나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고, 평생 마음속에 품고 살았던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철식 씨는 2017년 순천연향중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에 입학해 3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을 취득했고, 이후 순천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3년을 거쳐 마침내 순천제일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이 씨는 “학과 절반이 어린 학생들이고, 40~50분간 수업을 집중해서 듣는 것도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다”며 “자녀들의 응원에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고, 교수님들의 존중과 배려 덕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언제나 강의실 맨 앞자리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던 대학 생활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또한 나이 차이 때문에 자신을 어려워했던 손자뻘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던 기억, 그리고 지난 2년간 조별수업과 시험 준비, MT, 점심 식사 등을 함께 하면서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눴던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철식 씨다.

이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학교만 가면 기분이 좋고 힘이 났다”며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을 때를 제외하곤 절대 결석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철식 씨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사회복지과를 지원한 이유는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배우고 익힌 것을 전해주고 건강도 돌봐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대학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씨는 “대학에서 기대했던 지식과 정보를 알게 돼 좋았는데, 더불어 나눔과 봉사의 기쁨도 알게 돼 더 보람 있었다”며 “현장실습을 나갔던 장애인복지시설과 인연이 돼 2년째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틈틈이 봉사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영어와 컴퓨터가 미숙해서 광양노인복지관에 나가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며 “내겐 대학 졸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