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조사 진행, 8월 봉환식 예정
유족 대표 “늦었지만 알려져 감사”


여수·순천 10·19 희생자 유해 발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23년 11월 담양에서 정부차원의 첫 발굴 이후 두 번째로 진행되는 유해 발굴이다.
광양시와 전남도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여순위원회)는 지난 21일 진상면 매티재(비평리 산 116-23번지)에서 희생자 유해 발굴을 시작하는 개토식을 열고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착수했다. 개토식에는 유족회 회원들을 비롯 전남도, 광양시, 하동군 관계공무원 4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번 발굴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4개 지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매티재는 여순사건과 하동보도연맹 사건 등에서 희생자들의 집단 처형지로 알려져 있는데다 당시 지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유해 발굴 가능성이 높은 장소로 거론돼왔다.
개토식에 앞선 현장조사 결과 4개 지점 중 한 곳에서는 유해로 추정되는 인골 일부와 탄피 2점이 발굴됐으며 또 다른 지점에서는 탄두가 발견되면서 추가 발굴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굴팀은 확장 조사를 통해 인근 유해 존재 여부 등을 파악하고 오는 7월까지 정밀 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발굴팀 관계자는 “(유해가 발굴된 지점은) 예전부터 흙을 파헤 쳤다 다시 덮어놓은 흔적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해당 지점을 위주로 확대조사를 실시하고 유해 분석 및 탄피나 탄두 종류 확인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8월 중 결과보고와 봉환식 등을 계획중이지만 추가 발굴 여부에 따라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며 “여순사건 외에도 하동보도연맹 학살지라는 제보도 많아 약 20여구 정도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토식에서 참석한 박선호 광양시유족회 상임대표는 “아무 죄도 없이 희생되신 분들을 위해 유족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수십년이 지나서라도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눈물을 훔쳤다.
또 “유족들은 현재에도 늘 위축된 심정을 안고 살아간다”며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시국이 불안정하다보니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불안한 마음도 든다”고 토로했다.
여순사건위원회는 지금까지 7465건의 진상규명 및 유족 신고 접수 중 6100건의 사실조사를 마쳤으며 오는 10월가지 모두 완료할 방침이다.
김차진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장은 “국립 트라우마 치유 전남센터를 유치하고 유족들을 위한 생활보조비 등도 차질없이 지급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유해 발굴과 희생자·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순천 10·19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시에 주둔중인 국방경비대 제14연대 군인 일부가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수, 순천을 비롯 전남 동부권을 위주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광양서는 지난해까지 722건의 피해가 접수됐으며 대다수가 사실조사를 마친 채 중앙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