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 신재로 낙우송, 교체냐 존치냐 ‘갑론을박’
광양읍 신재로 낙우송, 교체냐 존치냐 ‘갑론을박’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5.01.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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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가로수 상징성 불구 골치덩이 전락
찬성측 “안전, 낙엽 등 불편사항 많아”
반대측 “역사성, 환경적 측면 고려해야”
市 “다양한 의견 고려해 합리적 결정”

광양읍 신재로에 심어진 가로수인 낙우송 수종 교체를 놓고 주민들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과 시는 베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광양JC와 환경단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양시는 지난 13일 광양읍사무소에서 주민공청회를 열고 신재로 가로수 수종교체에 대한 주민·상가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번 공청회에는 사회단체, 환경단체 관계자 등 시민 약 100여명이 참석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공청회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로수는 신재로 800m구간에 심어진 낙우송이다. 해당 가로수는 1978년 광양 JC에서 기증한 것으로 50여년간 광양읍 내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다. 당시 빠른 생장을 통한 도시 녹화를 위해 수목종 중 하나인 낙우송을 선택했으나 지금와선 전기줄, 보도블럭 깨짐, 낙엽 등의 문제로 인근 주민들에게 골치덩이가 됐다. 

시와 신재로 인근 주민들은 가로수를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무의 생장이 너무 빨라 번번이 전기줄에 걸리면서 화재 등의 가능성도 높은데다 자라나는 뿌리가 인도 보도블럭과 경계석 등을 망가뜨리는 등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이 가장 불편함을 호소하는 부분은 낙엽 문제로 빠르게 떨어져 썩는 은행나무와는 달리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낙엽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재로에서 10년동안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음해 3월까지 지속된다”며 “상가 옥상 배수로나 도로 빗물받이 등이 막히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은 “낙엽을 쓸지 않으면 고객이나 행인들이 상가를 욕하는 경우가 많아 청소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일부분만 보지 마시고 인근 주민들의 고생과 노력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광양JC회원들과 환경단체 등은 낙우송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양에 최초로 심어진 가로수라는 역사성이 있는데다 심각한 기후위기를 고려하면 고목일수록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시가 수목교체를 하는 절차가 올바르지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녹색연합이 실시한 광양시 가로수 620여그루에 대한 조사결과 나무가 없는 인서리 길과 인동 숲의 도로는 15℃이상 온도 차이를 보일 정도로 가로수의 열섬 방지 효과는 뛰어나다”며 “신재로의 가로수는 경제적 가치로도 5억4000여만원에 달하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이정문 전 광양시의회 의장은 “시가 가로수 심의위원회에 협의나 토론 등을 거친 후 공청회를 마련한 것인지 의아함이 든다”며 “정책을 세우기 전 충분한 공청회나 토의 등의 절차가 필요한 만큼 오늘 찬반 투표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광양시는 당장 수종 교체를 진행하기보다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교체를 결정하더라도 기존 검토 중이던 먼나무 대신 환경적인 측면에서 효율이 높은 수종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김성수 녹색도시국장은 “찬반 투표 결과만 놓고 정책 추진 방향을 결정하진 않고 참조는 할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100% 일치하긴 힘들기 때문에 차후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한 찬반 투표 결과 사전신청과 현장투표 합산 275명이 참여해 75%가량이 수목 교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