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지족불욕(知足不辱) :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욕되지 않는다
[고전칼럼] 지족불욕(知足不辱) :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욕되지 않는다
  • 광양뉴스
  • 승인 2024.10.11 18:05
  • 호수 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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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개발서 작가
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개발서 작가

남을 아는 자는 지혜(智慧)롭고 스스로를 아는 자는 현명(賢明)하며,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고 스스로를 이기는 자는 강하다.

족함을 아는 자는 부유하고 힘써 행하는 자는 뜻이 있으며, 그 자리를 잃지 않는 자는 영구(永久)하고, 죽어도 도망하지 않는 자는 장수(長壽)한다. 춘추시대 말기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는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을 말하면서 물욕을 자제하여 현재의 상태에 만족할 줄 아는 자라야 진정한 부자라고 본 것은 깊은 철학적 가치를 담고 있다.

남의 시비선악을 잘 판단할 정도로 잘 아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자신을 반성하면서 그 부족함과 허물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경쟁하여 승리하는 자는 힘이 있어서 이길 수 있으므로 능력이 있다고 하겠지만, 자신의 욕심을 이겨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에 복귀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강자(强者)라고 노자는 강조 한다.

아름다움과 추(醜)함,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거론하며 남을 평가하는데 뛰어난 안목(眼目)을 가진 자를 우리는 현자(賢者)라고 말한다.

그리고 힘으로 세상을 누르려고 하거나 재력이나 사물을 헤아리는 능력으로 남을 지배할 수 있는 자를 강자(强者) 또는 유력자(有力者)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능력이 출중한 자들을 보고 노자는 밖의 사물을 판단하는 그 명철함을 안으로 나를 다스리라고 가르친 것이다.

자신을 응시(鷹視)한다는 것이 존재의 본 바탕에서 도(道)를 발견하는 일이고 스스로 깨달음을 가지는 것에 대한 이해를 찾으라고 훈계한다.

이어서 지족(知足)의 처세를 다시 되풀이 하는데 욕망을 눌러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분수(分數)를 지켜서 자기 능력의 한계에 머무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언제든지 편안하다고 했다.

노자는 우리가 만족을 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지혜라고 강조하면서 끊임없이 욕망을 쫓는 삶은 결국 끝없는 갈증(渴症)과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경제적, 물질적 성취를 행복의 척도(尺度)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그 결과는 역설적으로 더 큰 불만족을 낳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부가 높아졌다고 해도 현실에 만족감을 얻지 못하면 더 높고 많은 것을 갈망(渴望)하게 된다. 그 속에서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거나 자신이 가진 것을 타인과 비교 하면서 스스로를 욕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자는 도교(道敎)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데 유가(儒家)의 공자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예(禮)를 중시하고 현실참여를 강조하는 유가사상에 비해 드러나지 않게 자연그대로의 주의를 주장한다.

만족함을 알라는 깨우침도 이익만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배격하는 노자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명성과 생명 중 어느 것이 더 중하고 신체와 재산 중 어떤 것이 더 귀한가를 묻고 지나치게 아끼기만 하면 오히려 큰 낭비가 따르고 쌓아두기만 하면 더 잃게 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현대 경제학에도 접목시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넉넉한 줄을 알고 만족함을 알면 종신도록 욕되지 않고, 그칠 줄을 알아 어느 시점에서 그치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다고 안분(安分)편에서 말한다.

인간으로 본래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심정에서 나온 것은 변함이 없다고 해도, 다른 생각이 든 선물은 주고받는 손이 법을 인식했음을 우리는 가끔 볼 수 있다.

인간에게 즐거움이란 재물에게도 있지만, 마음이 흐뭇하고 기쁜 상태가 더 즐거울 때도 있다.

즐거움은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지만 만족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같아 보인다. 석가모니(釋迦牟尼)가 말했다. “만족함을 모르는 자는 부유하더라도 가난하고, 만족함을 아는 자는 가난하더라도 부유하다”고 했다.

물론 가난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많이 가지지 못했지만 현재에 만족함을 아는 자를 말한다. 작은 일에서 느끼는 만족감,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건강하고 소중한 행복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