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바깥은 여름(2017, 문학동네)’을 읽고
가족, 애인, 자식, 반려동물 등 소중한 존재를 잃어 버렸다고 생각해 보자. 나의 마음속은 여전히 소중한 존재와 함께 있던 날에 머물러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지나고 문득 깨어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다.
작가는 이런 상황을‘시차’에 비유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마다의 시차를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담은 몇 개의 단편 소설을 통해 우리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 시간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뻗어나가는데 어느 한 순간에 붙들린 채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박에 없을 때,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 책 뒤 표지
‘입동’은 어린 아들 영우를 떠나보낸 한 부부의 이야기다. 어렵게 집을 구하고 아내가 정성껏 집을 꾸며놓았다. 그런데 어린이집 차에 영우가 치어 세상을 떠난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영우를 기억나게 하는 흔적들이 눈에 띈다.
그 흔적들이 족쇄가 되어 아직도 부부의 시간은 느리게 가고 있다.
‘노찬성과 에반’은 반려견 에반을 떠나보낸 찬성이의 이야기다. 할머니와 함께 지루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찬성이는 어느 날 개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그 녀석과 친구가 되지만 많이 아파 보인다. 혼자서 동물병원에 간 찬성이는 에반을 안락사 시키기로 한다.
전단지 알바를 하면서 돈을 모아 안락사비를 벌었는데 그만 그 돈으로 핸드폰을 사고 만다.
그리고 에반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죽음을 맞는다. 비록 이별을 할 운명이었지만 에반의 마지막이 고통스럽지 않게 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찬성이는 그러지 못했다. 상실 이전에 잃어버릴 존재를 조금 신경 써 준다면 후에 슬픔이 많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남편 도경이 세상을 떠나보낸 명지의 이야기다.
명지는 여행을 간 사촌언니의 집을 맞아줄 겸 그곳에서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대학동기 현석을 만나게 된다.
둘이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현석은 도경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현석은 위로해주려고 명지의 집으로 가게 되고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해도 될지 명지의 고민이 느껴졌다.
아픔을 가지고 겨울에 갇혀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통해 바깥의 여름에 도달할지는 어려운 문제이다.
나에게도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낼 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그 순간을 예습하여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있다.
나는 떠나는 이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그의 떠남을 배웅해줄 것이고 갑작스럽게 그를 떠나보낸다면 많이 슬프겠지만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