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작해 특색 있는 9명 모여
매월 온·오프라인에서‘정기공연 중’
이달 중 앨범발표 및 쇼케이스 예정
술을 마실 이유는 너무 많네. 이달 말에 발표될 한 밴드의 앨범 타이틀이다.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이야기하고, 일상을 공유한다. 그리고 일상의 대화는 노래 가사로 다시 태어난다.
이들의 노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일상을 이야기하거나, 엇갈리는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밴드 구성원 서로가 다른 일을 하고, 도시도 다르지만 이들은‘동네 친구’다.
보컬밴드‘카카오닙스’는 2018년 10월쯤 시작해 주로 광양과 순천에 사는 2~30대가 모였다. 처음은 이세현 대표가 광양에 정착하면서 단 한명의 지인과 시작했다. 고작 2명이다보니 하고 싶은 음악은 많은데 갖고 있는 목소리는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명씩 노래에 맞고, 필요한 목소리를 찾았다. 생초보도 괜찮았다. 음악만 좋아하면 뜻은 통했다. 그렇게 9명으로 늘어났다.
먼저 카카오닙스의 멤버들은 다양한 일을 한다. 이세현 대표는 직업이 쇼콜라티에다. 낮에는 수제 초콜릿 전문점 ‘달다쿠’에서 초콜릿을 만든다. 악기는 이것저것 다루는 편이지만 메인은 기타와 베이스. 작·편곡은 물론 작사까지 주로 하는 편이다.
고현재 씨는 카혼이라는 악기를 다루는 회사원, 서진아·송범석·염한빈·문성환 씨도 회사원이다.
안승철 씨는 자영업으로 가죽공예를 하고, 이효빈 씨는 뮤지컬을 가르치면서 직장인 동호회를 운영 중이다. 끝으로 손정훈 씨는 가장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취준생이다.
이들은 즐겨듣는 음악도 다르고, 목소리도 특색이 넘친다. 아예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는 친구도 있지만, 다들 서로 자신이 다루는 악기를 알려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걸 좋아한다.
카카오닙스의 이번 달 목표는 첫 번째 앨범 발표다. 카드형 USB로 만들어져 50개 한정인 희귀 앨범은 총 8곡이 수록된다. 앨범 발표를 기념하는 쇼케이스도 계획 중이다. 덧붙여 앨범은 광양시의 청년 커뮤니티(소모임) 활동사업으로 지원받아 제작된다.
앨범에 수록될 노래 몇 가지를 훔쳐보면,‘술이 필요한 사이’는 원나잇에 대한 이야기다. 하룻밤 사랑을 나눈 남녀가 다음날 느끼는 어색한 분위기를‘어제와는 너무 다른 멍해진 눈빛과 말이 많던 입은 점점 무거워져 가고 있네’라는 가사로 잘 표현했다.
‘비 온다’는 외로운 누군가가 기억이 희미해진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비 오는 하늘이 번쩍이면 누굴 잡으러 왔는지, 집에 가는 길에 산 맥주는 무얼 잊으려 하는지’묻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노래 가사는 이 대표가 SNS에 써둔 글귀가 바탕이지만 정작 그는 쓴 기억이 없다고 한다.
‘이태원’과‘조명은’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은 청춘의 방황을 노래했다. ‘Going for the night’는 술 마시러 가자는 이야기다. 역시 청춘은 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나 보다.
카카오닙스는 지난달 28일 오랜만에 오프라인 정기 공연을 열었다. 공연장은 이 대표의 직장인‘달다쿠’다. 광양읍 수시아아파트 상가동에 있는 이 곳은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달다쿠 콘서트’이벤트가 진행된다.
관람객 1명당 1000원을 기부하는 콘서트로, 관람객이 직접 기부를 하는 게 아니라 공연만 보면 달다쿠가 지출한다. 즐거운 공연도 보고 기부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때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열리며 인스타 라이브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대표는“어떤 노래는 가사가 먼저, 어떤 노래는 멜로디가 먼저 그때마다 다르다. 곡을 만드는 건 보통 30분이지만 악상이 떠오르기까지 길면 수개월이 걸릴 때도 있다”며“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면 만나면 그 자체로도 즐겁다. 거창한 목표보다 앞으로도 동네 친구들이 음악으로 노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