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청소년, 가정과 학교에서“인권침해 겪고 있다”
광양 청소년, 가정과 학교에서“인권침해 겪고 있다”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8.12.28 17:48
  • 호수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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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YMCA, 지역 내 초•중•고 503명 대상 한 달간 조사‘결과 발표’

조사 결과 학생들이 직접 발표… 인권실태 열띤 토론 이어져‘눈길’

빈도 분석-초·중·고별-성별 교차 분석 결과…일부 달라‘개선 필요’

 

광양지역 청소년 중 상당수가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인권에 대한 지역사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양YMCA(이사장 곽종기)는 지난 22일 광양시청소년문화센터에서 광양지역 청소년 503명을 대상으로 인권의식과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광양 거주 청소년 중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여학생 295명, 남학생 203명이다. 학년별로는 초등학생(4~6) 40명, 중학생 56명, 고등학생 407명 등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 내의 관계에서 엄마, 아빠, 형제·자매 등에게 인권침해를 겪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237명으로 전체 47.1%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개인의사를 존중하지 않음이 154명으로 전체 30.6%를 차지하고, 언어폭력 103명(20.5%), 물리적 폭력 12명(2.4%)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 내에서는 또래친구, 선·후배, 교사에게 인권침해를 겪은 청소년이 334명으로 약 66.4%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에 응한 청소년들은 △성(性)별 275명(54.7%) △집안환경 327명(64.1%) △성적 188명(37.4%) △외모 188명(47.5%) 등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교사의 이유 없는 신체적 위협이나 학대, 처벌, 폭언 등에 대해 330명(65.7%)의 학생이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같은 학생으로부터의 신체적 위협과 학대, 폭력, 폭언 등도 314명(62.2%)이 보호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옷차림 △두발 △교내 여가·문화활동 △징계과정 중 보호나 도움 받는 권리 등에서도 부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상당수인 239명이 그냥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청소년이 122명, 부모님께 이야기한 청소년은 68명인 것에 비해 선생님이나 외부기관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각각 19명과 10명에 불과했다.

교내 인권교육도 59.2%에 해당하는 298명의 학생들이 경험했다고 답변했지만, 대부분 교과 학습 중(137명 38.5%), 특별활동(125명 35.1%), 그 외(학급회의, 조·종례, 전체조회, 기타 등) 36명이며, 교육방식도 강의식(208명 58.4%)이거나 시청각매체를 활용(63명 12.5%) 등이 상당부분 차지해 다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응답자들 중 상당수인 317명(63%)이 교내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외부 인권전문가의 인권교육(170명 33.8%), 인권교육을 받은 선생님(146명 29%), 관련 교사(92명 18.3%) 등이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인권교육을 위해 학생들의 인권의식 개선이 필요하고 응답한 학생이 182명으로 전체 36.2%에 달했으며, 교육행정가(143명 28.5%)나 선생님(106명 21.2%), 학부모(43명 8.6%) 등도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소년인권과 관련해 지역사회에 시급한 과제로는 △청소년 전용공간 확대(196명 39%) △청소년쉼터 설치(89명 17.7%) △안전 확보(84명 16.7%) △청소년노동인권 보호(56명 11.1%) △청소년인권 교육(46명 9.1%) 등인 것으로 응답됐다.

이 같은 내용 모두 지역 내 청소년들이 돌아가며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의에 나섰던 허창영 광주광역시교육청 민주인권교육센터 팀장도“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이 직접 참여한 설문조사 발표는 물론 청소년인권에 대한 조사 자체도 거의 처음 겪는 일”이라며“지속된 설문 등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인권신장에 중요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YMCA가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는 빈도 분석과 초·중·고별, 성별 등 교차 조사됐지만 분석 결과가 일부 달라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거나, 설문 응답 중 상당부분을‘기타’항목이 차지했지만 세부 내용이 없는 등 일부 아쉬움은 남았다.

설문응답자 중 일부가 인권침해가 없었음에도 침해 유형 중 ‘기타’에 체크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운 사무총장은“처음에는 빈도 분석만 설문조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조금 욕심이 생겨 교차 조사를 추가했고, 이 과정에서 설문 간 오류가 일부 생겼다”며 “분석 과정에서 파악해 수정 중에 있으며, 이후 설문조사 때는 더욱 정확한 집계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광양지역 청소년들의 인권교육 기초자료로 삼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권교육과 정책들을 제안하는 등 청소년인권 신장을 위해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광양YMCA는 이번 청소년인권실태 조사를 기초로, 이후 조사에서는 학교별 인원수, 성별 인원 등을 동일하게 진행하는 등 더욱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