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 이순신대교 공원…가슴속 깊은 울림 주는 장군의‘어록’
광양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기자도 지난해 말 누가 귀띔해줘서 알았지 그동안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아니 시민들이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곳에 있긴 하다.
금호동에서 홈플러스 방향 도로를 탄 후 이순신대교 진입로 바로 뒤 예비군훈련장 방향으로 우회도로인 해안도로를 타고 가면 된다. 차를 타고 직선 도로를 5분여 달리면 이순신대교의 광양에서 여수 방향 주탑 바로 아래 자그마한 공원이 하나 보인다.
이순신대교 공원이다. 전남도는 2013년 5월 이순신대교 완공을 기념해 광양측 앵커리지(케이블을 고정시켜둔 곳) 부지 1만㎡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거북선과 판옥선 조형물을 제작했다.
앵커리지 외부에는 12해전도도 조각해 놓았다. 공원이라기보다는 앵커리지를 중심으로 광장이 조성됐다고 보면 된다.
이곳은 아직 공원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차장도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주변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아직까지는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공원에 들어가야 한다.
인적이 드문 이유는 공원을 찾기가 쉽지 않고 주변이 광양항과 광양제철소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 외에는 인적이 거의 없다.
이순신대교 공원을 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이순신 장군은 중마동을 향해 위용을 내뿜고 있는데 바로 뒤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양 옆으로 호위하고 있다.
동상 위 앵커리지 단면에는 조각한 판옥선들이 학익진(학이 날개를 펼친 듯 한 형태로 적을 포위하여 공격하는 진법) 형태로 이순신 장군을 뒤따르고 있다.
처음 공원을 들렀을 때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면서 참 의아했다. 왜 중마동을 바라보고 있을까. 광양항 쪽으로 방향을 틀어 먼 바다를 바라보며 지휘하는 모습이 더욱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동상 뒤 판옥선들의 모습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앵커리지 단면이 중마동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서 학익진 구도를 만들려면 이순신 장군 동상을 비롯해 모든 조형물이 중마동을 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다로 향하면 더욱더 좋았을 테지만 광양을 지켜주고 있다는 고마움에 장군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
앵커리지 외벽에는 이순신 장군 어록을 비롯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소개와 학익진과 판옥선, 거북선에 대한 설명, 왜적을 물리치는데 통신 및 암호 수단으로 사용한 충무연, 주요해전 설명 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
해설판 위에는 12해전도를 그린 그림이 앵커리지 전체를 뒤덮고 있다. 공원 전체가 임진왜란 때 발생한 해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꼼꼼히 정리해놓은 것이다.
이순신 어록을 새겨놓은 판도 다양하다.‘약무호남 시유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다’‘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있으니…’등 우리가 이순신 장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어록들이 앵커리지 외벽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광양제철소와 광양항, 묘도, 중마동이 공원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중마동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불과 10년 전 시청과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만 보이던 곳이 마린센터, 48층 이편한 세상, 길호대교 아래 빼곡히 들어선 각종 건물들을 보며 10여년 동안 얼마나 동네가 발전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곳은 바닷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기 때문에 겨울보다는 여름과 가을에 찾을 것을 권한다.
아쉬운 점은 이순신공원 조성이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곳은 공원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에 대해 한 눈에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갖추고 있음에도 학생들 교육 장소나 공원 역할을 아직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라도 공원 주변을 정비해 많은 시민들이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의 위용을 체험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