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걷다<33> 고즈넉한 망덕포구 풍경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길을걷다<33> 고즈넉한 망덕포구 풍경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1.19 18:32
  • 호수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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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소·망덕 중심 관광명소화 사업 한창…옛 모습 지키며 개발해야
△ 정병욱 가옥.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이불자락인 섬진강의 모래를 등에 지고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은 그대로 램프의 꽃밭 이었다…’

곽재구 시인은‘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곽재구의 예술기행’ (2003년, 열린원 출판)에서 섬진강을 이렇게 노래했다.

△ 섬진강휴게소 뒤에서 선소와 망덕포구로 가는 길.

섬진강의 끝자락 망덕포구에 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망덕포구는 고즈넉한 포구의 아름다움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시인의 시가 사람들 곁에 오게 된 진원지로 알려져 찾는 이의 발길이 늘고 있다.

△ 섬진강휴게소에서 바라본 망덕포구.

선소에서 섬진강 휴게소 뒤편 청용식당까지 이어지는 짧은 길은 봄이면 만개한 벚꽃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최근 섬진강휴게소 내 고속버스환승터미널이 설치되고 휴게소 밖으로 시내버스 환승터미널이 함께 생겨 망덕포구를 찾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구에 즐비하게 들어 선 횟집과 40년 손맛을 자랑하는 재첩식당은 광양 대표 맛집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어 망덕포구는 눈과 입이 호강하는 포구기행의 절정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망덕포구 명소화 사업으로 조성된 공용주차장을 기준으로 아래는 현대화된 횟집, 위는 망덕다방 등 세월의 무게를 안고 서있는 빛바랜 건물들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낭만적인 포구이기도 하다.

순천에 사는 A씨는 포구의 아름다움을 감상 할 수도 있고 현대화된 깨끗한 횟집에서 식도락도 즐길 수 있는 망덕포구를 즐겨 찾는다. A씨는 일몰을 보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아담한 카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직접 카페를 창업할까 하는 마음으로 최근 망덕포구의 한 부동산 사무실을 찾았다가 크게 실망했다.

‘어디서 오셨기에 그리 소식이 깜깜해요?’평소 눈여겨보았던 건물에 대해 이것저것 묻자 부동산 중개인은 단박에 면박을 주었다.

부동산중개인 B씨는“여기 곧 철거 됩니다. 재해위험지구로 지정 되서 토지 소유주들과 이미 보상관계도 마무리 된 곳도 있고 철거회사도 곧 들어와서 작업에 들어갑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리조트가 들어선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며 자신도 사무실을 철수하고 가까운 곳에 마련해놓은 땅에 임시로 거처를 만들어 이주할 계획이라고 했다.

A씨와 B씨가 나눈 대화 내용은 광양시가 망덕포구를 재해위험지구로 선정했고 관광 명소화사업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망덕포구 관광명소화 사업 한창

 

리조트가 들어온다는 소문에 대해 관광과 관계자는“민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시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그런 계획이 없다”며“현재 포구 쪽에 기반사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숙박시설과 같은 위락시설 유치의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는 망덕포구에 대한 재해위험지구와 관광명소화사업에 대해 2018년 주요업무추진계획을 통해 망덕포구를 2015년 12월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실시설계용역추진, 6월부터 12월까지 토지 및 지장물 보상협의가 끝나는 대로 2019년 1월부터 착공한다고 밝혔다.

망덕포구 관광명소화 사업은 아름다운 섬진강과 망덕포구의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자원을 확충하고 백두대간 시종점인 망덕산과 배알도, 섬진강을 연계한 관광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망덕·선소 일원에 강변산책로, 근린광장, 주차장, 출렁다리, 해상보도교 등 사업비 295억원을 들여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까지 마무리되는 사업이다.

△ 곧 사라질 망덕포구 옛 다방.

현재 망덕포구 관광명소화 사업은 강변산책로, 주차장, 근린광장, 출렁다리, 수변공원 등이 마무리됐고 배알도 수변공원과 배알도, 배알도와 망덕회타운을 잇는 해상보도교를 준공할 계획이다.

△ 수문

망덕포구는 보상이 끝나 철거를 앞둔 외망 마을 외에도 대부분 지역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다. B씨는 자신처럼 거처가 마련 된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섬진강 끝자락, 강이 바다가 되는 지점, 고즈넉한 망덕포구의 옛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포구의 모습을 기억속의 피사체로 남겨 둘 수밖에 없게 됐다.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비는 당연한 것이고 관광인프라도 필요하지만 리조트 등 작은 포구에 어울리지 않는 필요이상의 위락시설 난립은 오히려 포구의 아름다움을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소문대로 리조트가 들어서게 된다면 포구 주변은 미관상 좋은 모양새를 갖추게 되겠지만 도심 생활에 지친 사람이‘쉬어 갈 물가’가 또 하나 사라지는 셈이 된다.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고‘바람’을 넣어 팽팽해진 세련되고 화려하게 치장한 인위적인 성형미인의 말로는 아름답기보다는 차라리 흉하다.

누옥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멋을 더하는 오래된 한옥처럼 망덕포구는 고즈넉함 그 자체를 간직한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폭설이 광양의 봄을 앞당겼는지 기온이 많이 올라 겨울속의 봄을 느낀다.

광영초 운동장 한켠에 겨울을 버틴 동백이 꽃봉오리를 머금었고, 인근 어느 사찰에서는 홍매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 곧 섬진강변 22키로 전 구간에 매화가 피었다 지면 시내버스 환승터미널이 있는 망덕포구는 화려한 벚꽂 천국이 될 것 이다.

△ 배알도.

긴 구간이 아니라 아쉬움은 남지만 망덕포구에는 다른 곳에 없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철거위기에 놓인 옛 진월면사무소, 정병욱 가옥, 오래된 수문, 배를 만들었다는 선소, 배알도 등 원래 있던 것과 명소화 사업으로 추진한 강변산책로, 수변공원, 해상보도교가 어우러지면  한 꾸러미의 멋진 포구기행의 스토리를 엮을 수 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