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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은 이제부터…편지도 쓰고 우체국, 농협 마음껏 다닐겁니다.”
공부에 한 맺힌 어르신들, 감동과 기쁨 가득 찬 ‘학사모’ 쓰던 날
[701호] 2017년 02월 17일 (금) 21:03:56 이성훈 sinawi@hanmail.net

‘이젠 행복하다.’

 나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형부와 언니 밑에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하고 자랐다. 그러다 결혼을 했는데 남편의 집은 너무나도 가난해 일만 하며 살았다. 일하면서 사남매 키우고 사느라 나를 위해 살아본 적은 없었지만 이제는 좋은 선생님 만나 한글을 배우니 너무 행복하다.

               <강영순(71) 광양노인복지관‘이젠 행복하다’>

 

저는 집이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가난에서 벗어나 보려고 네 명의 자식을 키우며 오이 비닐하우스를 40년을 했습니다.

잠잘 시간도 없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고 잘 자라주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좀 살만해지니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졌습니다. 11년을 대소변을 받아내며 남편 병시중을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이들도 잘 자라 내 품에서 떠나 결혼도 하고 객지로 나가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공부하지 못한 서러움이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그때 노인복지관에서 한글을 가르친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복지관에 달려가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던 중 학력 인정제 반에서 3년 동안 공부를 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우리 선생님을 만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영광스러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공부 할 수 있게 해주신 시장님 그리고‘시작이 반이다’,‘하면된다’라고 말씀하시며 앞에서 저희를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이름 석 자 뿐만 아니라 일기, 편지도 쓸 수 있고 곱하기, 나누기도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내 이름도 쓸 수 있고 한문으로도 쓸 수 있지요. 자랑할 것이 너무 많은데 다 할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졸업을 하면 우리 반 언니, 동생 친구들과 동창생 모임도 하려고 합니다. 주위에서 동창생 모임을 하면 무척 부러웠거든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한 번도 써 보지 못했던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편지도 쓰려고 합니다.

“영감! 저 졸업장 받았어요.”라고 말입니다. 끝으로 우리 반 친구들 졸업 축하합니다. 언니 동생들, 항상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장님, 선생님, 우리를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광양노인복지관 김말순>

 

   
 

12명의 어르신들이 3년 동안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정식으로 초등학력인정 학력을 취득했다. 검정색 졸업복과 학사모로 옷매무새를 단정히 차린 어르신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모두들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이들을 지켜보던 시 관계자들, 가족들, 졸업식 축하객들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지난 17일 시청 회의실에서는 제2회 초등학력인정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은 광양노인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 12명이다. 이날 임종엽·이병순·김말순·양국향·김복덕·조복례·방삼순·주복자·강영순·박정남·용평례·이경애 어르신이 3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했다. 어르신들은 최고령 85세부터 68세까지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못다 한 꿈을 이루게 됐다.

   
 

시는 2013년 전라남도교육감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 기관으로 지정돼 비문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 1단계부터 3단계(초등 1~6학년 과정)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어르신들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공부와 특별활동, 체험활동 등 체계적인 교육시간을 이수하고 각종 시험을 통과해 지난해에는 49명, 올해는 1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게 됐다.

이 날 졸업식은 12명 어르신들의 인생이 녹아있는 시화전과 그림일기 전시도 함께 열렸다. 함께한 사람들은 졸업생들이 초등학력인정서(졸업장)를 받을 때마다 힘찬 박수와 큰 환호를 보냈다.

특히, 이른 새벽 밭일을 한 뒤 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출석하여 문해교실 수업을 3년간 성실하게 이수하신 김말순 어머님은 답사를 통해 글을 배움으로써 이름 석 자 뿐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 너무도 자랑스럽다는 얘기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가족들, 자식들 돌보느라‘한 맺힌 공부’

 졸업한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집안에 가족들에게 자신의 삶을 희생한 까닭에 정작 본인들은 한글 하나 깨우치지 못하고 한평생을 사신 분들이었다.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박계환 문해강사는 송사를 통해“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여기 계신 어르신들에게는 한이 되었다”며“우체국, 은행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택배가 와도 글을 몰라 인기척을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사연을 듣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날 졸업식은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보다 훨씬 감동스러웠다. 축하하러  온 가족들은 어머니, 할머니가 자신들 뒷바라지 하느라 글을 배우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글썽였다. 졸업한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스스로 졸업장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과 그동안 남모르게 숨겨왔던 한스런 세월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식을 마친 후에는 가족들, 졸업생들과 축하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쁨의 사진을 찍으며 축하를 함께 했다. 문맹에서 벗어난 어르신들이 앞으로 가족들, 손주들에게 편지도 마음껏 쓰고 은행과 우체국도 떳떳하게 다니면서 가슴을 활짝 펴고 즐거운 세상을 사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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