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상·하차 대기, 운송료는 최저 “더 이상 못 참아”
장시간 상·하차 대기, 운송료는 최저 “더 이상 못 참아”
  • 김보라
  • 승인 2014.07.21 09:36
  • 호수 5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양항 화물 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 집단 행동 돌입

“컨테이너 상·하차를 위해 4-5시간 차 안에 있어봐라. 지옥을 경험할 것이다. 화장실도 못 가고 더운 날, 기름값 때문에 에어컨도 틀지 못한다. 하지만 광양항의 운송료는 최저 수준, 더 이상 참을 수만은 없다.”

지난 1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전남지부의 경고 파업 현장에서 만난 한 화물노동자의 하소연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500여 명의 노동자들의 한 맺힌 외침은 30도를 웃도는 뙤약볕도 삼킬 기세였다. 이들은 이날 하루 경고성 파업에 들어가며 300여대의 화물차들을 수백미터 가량 줄지어 세워놓고 생업도 뒤로 한 채 처참한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울부짓고 있었다.

이날은 38만명의 전국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속한 화물연대가 정부에 △강제성있는 표준운임제 법제화 △특수고용직노동자 노동기본권·산재보험 전면적용 △차량과 번호판 소유권 보장 △직접운송의무제 폐지 △통행료 전차종·전일할인제 실시 등 5대 요구안에 대한 법제화를 요구하며 단체 경고 파업에 나선 날이었다.

하지만 광양항 화물운송자들은 이에 더해 광양항의 고질병처럼 돼있는 ‘컨테이너 상하차 장시간 대기’에 따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동국 전남 화물연대 지부장은 이날 파업 현장에서 “장시간 대기는 극단적 스트레스로 인한 극심한 피해의식과 생명단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과속운전과 졸음운전으로 이어져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화물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강영복 광양항 컨테이너 지회장은 “값비싼 기름값에 시동을 켜 에어컨이나 난방을 할 수가 없다”며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얼어서 죽을 듯하다”고 장시간 대기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

시간은 곧 화물노동자의 수입인데 장시간 대기시 극단적 스트레스와 피해의식으로 인해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화주가 요구하는 도착시간에 맞추기 위해 과속 운전을 불사해야 하며 대기 시간은 휴식이 아닌 긴장 유지 상태기 때문에 피로도를 높여 졸음 운전을 유발하기 때문에 교통사고율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장시간 대기로 인해 2회전 할 수 있는 일을 1회전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수입감소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 시간 안으로 상하차 대기 시간을 줄여달라고 10년 동안 이야기해왔지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터미널운영사(국제, 대한통운, 한진)는 화물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광양항의 운송료는 다단계 알선소들의 난립과 운송사들의 덤핑으로 인해 전국 최저 수준”이라면서 “상하차 장시간 대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