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마련못해 진학 포기해야 되나
등록금 마련못해 진학 포기해야 되나
  • 지정운
  • 승인 2010.12.20 09:25
  • 호수 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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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아르바이트하며 서울대 합격한 중마고 이진 양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말을 했을 때 우리반이 완전히 뒤집어 졌어요. 다들 왠일이냐며 난리들이었죠.”
아르바이트를 하며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고 생계까지 도맡아 책임져온  여고생 가장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주인공은 중마고등학교 3학년 8반에 재학중인 이진(17)양.

이 양은 2011년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녀가 주목받는 것은 꾸준히 쉬지않고 노력해 자신의 미래와 희망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3학년 초만 해도 수학을 잘 못했다. 학기 초 치른 모의고사에서 백점 만점에 30점을 받았다. 그런 그가 서울대에 진학했다. 수능 수학성적은 2등급.

그는 “기초가 모자랐는데 선생님께서 신경 써 주시고 격려해 주셨고 성적도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며 “여름방학 후 성적이 떨어졌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꾹참고 다시 처음부터 공부했다”고 말했다.
공부비법을 묻자 “수업시간에 안자는 것과 선생님께 물어보는 것”이란다.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그가 안보이면 바로 선생님들이 계시는 교무실로 간다.

“내가 학교가면 병든 엄마 돌봐줄 사람없어 걱정”

학원에 다닐 수 없는 형편이다보니 학교의 ‘자주열공실’이 자신의 공부방이 됐다. 그에겐 학교가 가장 편하고 즐거운 곳이다. 그는 “여름엔 에어컨이 나오고, 겨울엔 히터 틀어주고 정말 좋다”고 웃었다.  또래 학생들이 하지 않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안쓰러웠다.

이런 그에게 큰 걱정거리가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서울대에당당히 합격은 했지만 암 진단을 받아 병석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치료와 생활비 걱정에, 대학 등록금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이 양은 현재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고 있다.

이 양의 어머니는 2004년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이듬해에는 허리가 나빠져 디스크 수술을 했지만 후유증으로 말총증후군이란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하지 마비와 더불어 배변, 배뇨 장애가 찾아왔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치료는 당 수치를 올리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설상 가상으로 꼬리뼈에 암이 전이되며 재발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지만 하지의 통증이 심해져 강력한 진통제에 의존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아 지금껏 투병생활을 하는 까닭에 가정엔 빚이 쌓여갔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이 양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양의 어머니는 2008년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되어 매달 60만원을 보조받고 있지만 병원비를 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까닭에 이양은 고교 시절 내내 토요일과 일요에는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 병원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조건도 이양의 학업에 대한 의지는 꺾지 못했다. 부족한 공부를 위해 쉬는 시간까지 공부했던 이 양은 1학년 때 내신성적이 2.2%에서, 2학년 1.57%, 이후 3학년 때는 1.18%를 보이며 꾸준히 학업 성적이 상승했다. 아픈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서라도 간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것.
이양은 “집안 형편이 곤란해 공부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열중했다”며 “장래에 호스피스나 암환자를 돌보는 전문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양의 담임 조국원 교사는 “진이는 평소 표정이 밝고 긍정적이며, 특히 학업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며 “평소 집안일로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해 남들이 노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별실에 가서 혼자 공부하는 집념을 발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 합격은 했지만 투병생활을 하는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과 앞으로 대학생활에 소요되는 경비 등을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
이 양은 “어머니 치료비로 빚도 많은 데다 학비와 생활비 등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며 “제가 학교에 가면 어머니를 돌봐드릴 사람이 없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