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강릉전, 그러나 희망은 있다
아쉬운 강릉전, 그러나 희망은 있다
  • 김희령
  • 승인 2009.04.16 10:09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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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원정 경기 참관기

▲ 김희령 기자
어릴 적 전남 드래곤즈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축구 전용구장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회원에게 주는 가방이며 조끼, 모자까지 특별함을 누리며 경기를 관람했었다. 경기 시즌 주말이 되면 여럿이 어울려 경기장을 찾았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 다시 전남의 경기를 두 눈으로 직접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K-리그 강릉 원정 경기. 먼 거리를 간다는 것과 오랜만에 관람하는 경기에 대한 기대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뒤척였다. 토요일인 지난 11일 새벽 6시. 전남 서포터즈인 위너 드래곤즈 회원 70여명과 경기장에 모여 버스 두 대로 출발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강릉으로 향하는 길에 외국인도 동승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축구라는 공통점을 하나로 강릉에 가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시간은 굽이굽이 지나간다. 도착할 듯 하면서도 목적지에는 좀처럼 도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강행군 끝에 출발한 지 여섯 시간이 지나 강릉에 도착했다.

경기 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어느 식당을 찾아가자 전남 수문장인 염동균 선수의 아버지 염철이씨가 우리 일행을 따뜻이 맞이해준다. 점심 장소는 염동균 선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염 선수의 아버지는 “이렇게 멀리서 찾아와 너무나 반갑다”며 “항상 아들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응원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어 “연고지는 강릉이지만 아들이 전남에 소속돼있어 마음속으로 늘 전남을 응원하고 있다”며 “전남이 오늘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북돋워줬다. 응원단 일행은 염 선수의 아버지가 마련해준 점심을 맛있게 먹고 강릉 종합경기장으로 향했다.

걸음걸음을 떼고 들어선 강릉 경기장. 주황색 물결을 이루며 자리한 강릉 팀을 마주하고 우리 응원단의 깃대와 응원도구들이 준비됐다. 쉼 없이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이 화려한 응원을 한 몫 거들었다. 오후 2시 경기가 시작됐다. 전남은 강원 응원단에 비하면 무척이나 적은 인원이었지만 그 열정 만큼은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았다. 목청껏 응원구호를 외치고 응원가를 부르며 속 시원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응원단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경기 시작 10여분쯤 전남 ‘슈바’ 선수가 첫 골을 넣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순조로운 출발로 응원의 열기는 한껏 더해졌고 신이 났다.

생소했던 응원가들이 익숙해질 때쯤 승부는 정점에 다다랐고 슈바, 김해원 선수의 선전으로 선 득점 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승리를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3-3 무승부로 끝났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뭔가 아쉬웠다. 경기 내내 득점 장면을 놓칠까봐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골이 들어가면 방방 뛰며 환호하고 역전 골을 내주면 시무룩해져 있던 순간순간들을 어느새 기억으로 더듬어 낸다. 원정 응원단들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겨서 너무나 안타깝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응원단에 인사하러 올 때에는 다들 아낌없는 박수로 그들의 선전에 화답했다. 밤 11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광양의 늦은 밤공기는 퍽이나 상쾌했다. 현장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경기의 짜릿함이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면 더욱 멋진 플레이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무승부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경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