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졸업식"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졸업식"
  • 최인철
  • 승인 2009.02.11 17:26
  • 호수 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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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되는 옥룡중학교 첫 졸업생 이평호 씨

▲ 이평호 옥룡중 첫 졸업생
옥룡중학교 마지막 수업인 최기호 교수의 예절교실이 열리던 날 이 학교 첫 졸업생인 이평호(동광양농협 근무)씨도 함께 참석했다. 후배 학생들의 마지막 수업을 지켜보는 그의 눈에서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서렸다.

이 씨는 “처음 학교에 입학하던 시절이 스쳐간다. 절반도 되지 않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던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학교가 있어 행복했다”며 “이제 다시는 모교 교정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쪽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첫 졸업생의 입장에서 폐교되는 모교를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막막한 지 그는 “아프다. 답답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이 씨는 “개교 당시 운동장이 없어 오전수업이 끝나면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삽을 들고 비를 맞아 가며 운동장을 넓혀나갔고 화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며 “힘들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후배들이 운동을 뛰어다니고 나무가 커 가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는데 그런 모교가 없어져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옥룡중학교가 폐교논란을 빚을 때마다 누구보다 반대했던 이 씨. 그러나 결국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이라는 명제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14명밖에 되지 않는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설득은 모교가 폐교된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후배들의 교육환경이 도심권 학생들에 비해 열악했던 건 분명했다. 그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라는 정부정책도 문제지만 그와는 별개로 어른들의 주장에 의해 아이들이 희생되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러나 폐교가 현실로 다가오니 동문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폐교가 확정됐지만 후배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가 그곳 아이들과 잘 동화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이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고 방황한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일 것”이라며 “이왕 가게 된 만큼 뒤처지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하고 새로운 학교의 아이들도 후배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13일에 있을 졸업식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졸업식이 될 것”이라며 “비록 학교는 떠나지만 짧은 역사에도 많은 광양의 인재육성을 담당해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옥룡중학교 학생이었다는 소중한 기억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