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입학한 것처럼 너무나 떨려요”
“제가 입학한 것처럼 너무나 떨려요”
  • 박주식
  • 승인 2009.03.04 19:26
  • 호수 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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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입학시킨 김진영 씨…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되길

시작, 설렘, 손수건, 운동장, 꿈, 기대, 첫 줄서기, 학교, 교실, 지켜보는 부모, 꽃, 선생님,  동무... '입학식' 하면 떠오르는 많은 단어들. 입학식 중에서도 초등학교 입학식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한없이 이어질 사회생활의 시작이요, 오랜 학교 교육의 첫 관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일 용강초등학교 입학식.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168명의 어린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등교한다. 입학식에 늦지 않으려는 학부모와 등교길이 신기해 두리번거리는 학생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새벽잠을 설쳤어요. 우리 딸이 입학하는데 제가 들어가는 것처럼 긴장돼요.”
이날 첫딸 나은이를 용강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김진영 씨는 “나은이가 건강하게 학교 잘 다니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빨리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용강초등학교 강당에는 벌써온 새내기들이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강당을 뛰어다니며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치고 있다.
잠시 후 선생님들이 들어와 아이들을 줄 세우고 모두에게 이름표를 달아주기 시작하자 소란 스러웠던 강당은 다시 본래모습을 찾고 6학년 학생들과 신입생들의 인사로 입학식이 시작됐다.

엄마손을 놓고 친구들과 나란히 줄을서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들의 맑은 눈동자에는 희망이 가득 배어 있다.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 차 있고 가슴에는 설렘이 넘치고 있는 듯하다.
담임을 배정받고 교장선생님 말씀을 들은 아이들은 교실로 향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함께 자리에 앉히고 아이들 물품에 이름쓰기, 아침에 화장실 용변보고 학교 보내기, 안내장 꼼꼼히 체크하기, 학교 준비물 잘 챙기기 등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한다.

“처음이라 애가 타네요. 다른 애들은 다 잘 하는 것 같은데 나은이만 이름 부르는데 대답도 못하는 것 같고 혼자 있을 땐 잘 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걱정이 됩니다.” 입학식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김진영 씨는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인상도 좋으시고 조용조용 아이들을 잘 이끌어 줘 마음이 놓인다”며 “선생님이 알아서 잘 가르쳐 줄 거라 믿고 학교일에 시시콜콜 관여치 않을 생각이다”고 한다
진영씨는 “나은이가 놀기도 잘하고 시키지 않아도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적극적인 아이로 클 수 있길 바란다”며 “첫아이라 주변에서 많이 이쁨 받고 컸지만 학교에선 특별히 신경써주질 않아도 상처 받거나 하지 않고 대범하게 커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진영씨는 한편으론 걱정이다.

1학년은 수업이 빨리 끝나서 귀가함에 따라 그동안 해왔던 여러 가지 활동에 대해 시간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저학년일 때 일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아요. 어린애를 학원으로 계속 돌릴 수도 없고, 이런 문제는 교육청에서 나서 보육실을 운영해 일하는 엄마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수도 되고 싶고 화가도 되고 싶고, 뉴스 아줌마도 되고 싶다는 나은이는 “아침에 현관문에 엄마가 ‘입학을 축하합니다’ 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기뻤다”며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것”이라며 예쁜 각오를 다졌다. 한편 지난2일 일제히 열린 광양시 관내 입학식엔 초등학생1640여명과 중학생 2620여명이 새로 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