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세 여인이 허리 숙여 이삭 줍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가난한 이 여인들은 오늘 이삭을 줍지 못하면 저녁 식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여인들이 맞이하는 현실은 참담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 속에는 따뜻한 기운이 배어있는 듯하다.
아이들과 이 그림을 마주했을 때, 한 가지 고민되는 게 있었다. 이 장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요즘 아이들은 먹고사는 문제로 걱정해 본 적이 있을까? 간혹 다이어트하느라 하루 한 끼 정도 굶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경제적 이유로 밥을 제때 먹지 못하는 아이들은 흔치 않은 세상이다. 그러니 밀레가 담아낸 이 가난하고 고된 삶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얼른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밀레는 넓고 풍요로운 가을 들판보다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더 주목했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집중하며, 그들의 일상을 그림 속에 담아냈다. 특히 이 그림에서 가장 성스러운 존재는 바로 이삭을 줍는 여인들이다. 이 장면을 통해 밀레는 인간의 존엄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그런 밀레의 따뜻한 마음은 구약성경 속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성경에서는 추수하고 난 뒤에 남은 이삭을 내버려두라고 한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 배려다.
밀레는 그렇게 성경을 통해 말하려는 교훈을 시각적으로 담아내며,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전해주고 있다.
이 그림과 함께 떠오른 음악이 있다. 바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농부 칸타타’이다.
바흐는 후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흔히 ‘음악의 아버지’라 불린다. ‘농부 칸타타’는 농부들이 새로 부임한 영주를 칭송하는 내용인데, 이 안에는 농부들의 삶과 그들이 품고 있는 희망이 담겨 있다. 비록 그들의 일상은 소박하고 힘겨울지라도, 음악은 그들의 이야기를 기품 있고 밝게 풀어냈다.
함께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이 가을에 어떤 걸 주을 수 있을까?”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내가 이 가을에 줍고 싶은 것은 무언가? 아이들처럼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이 그림과 음악은 우리에게 ‘주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소한 삶 속에서 순간순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라는.
이 가을,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바흐의 ‘농부 칸타타’를 들으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미 자신의 삶 속에서 귀중한 이삭을 줍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