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30년 베테랑, 김영현 칠성아파트 3동 관리소장
최근 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 사건과 관련, 아파트 경비원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비원들은 아파트 관리뿐만 아니라 택배업무, 청소, 분리수거, 주차관리, 화단관리 등 온갖 잡무를 도맡지만 정작 처우 개선에는 외면 받고 있어 ‘현대판 노예’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아파트경비원 임금 적용 시 최저임금 적용률을 현행 90%에서 100%로 올라 때 아닌 대량 해고가 예상된다. 이러한 시기에 남자들의 생애‘마지막 직장’이라 불리는 아파트 관리소장 김영현(54)씨를 찾아갔다. 칠성아파트 3층 관리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김영현 관리소장은 30여 년 동안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낸 베테랑이다.
칠성아파트 3동에서 관리소장으로 3년 째 근무하고 있는 그는 590세대가 살고 있는 칠성아파트 3동 관리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야간에는 경비원이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다시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7시간을 교대 근무하고 있다.
김 관리소장은“상주근무를 하는 것보다 관리비가 많이 절감돼 관리비 효율성이 높다”면서“주간에는 내가 직접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김 소장은 아파트를 지키는 일등 공신이다. 30여 년 동안 경비원 근무를 하면서 주민들과 수많은 사연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보람있었던 일은 주민의 생명을 구한 사연이다.
그는 최근 아파트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한 남성을 빠른 상황대처로 구해냈다. 자살을 시도한 남성의 부모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와 집에 가보니 의식이 없는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는 것. 김 소장은“쓰러진 남성을 부둥켜안고 데리고 나와 심폐소생술을 한 다음 소방서와 경찰서에 곧바로 연락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한때 주민들의 각종 항의와 민원으로 고달플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서로가 믿고 의지하는 까닭에 주민들과 가족처럼 살갑게 지낸다”며 미소를 보였다. 김 소장은 주민들과 신뢰가 이어진 데는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김 소장은“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서 서로를 몰라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나도 소장으로 부임해 첫 1년 동안 주민들과 신뢰 부족으로 마음고생이 컸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는“주민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잘해준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이런 소중한 경험을 통해 이제는 가족처럼 잘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이런 노력으로 칠성아파트3동 관리실에는 주민 항의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다. 아파트 주민들은 무슨 일이 있던지 김 소장이 알아서 잘하리라 믿고 맡기기 때문이다.
김영현 소장은“인생살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정말 힘든 것처럼,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며“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가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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