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과 취재의 영역을 허물어라
편집과 취재의 영역을 허물어라
  • 최인철
  • 승인 2009.07.01 22:59
  • 호수 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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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제목선택에서 출발하는 행위

편집과 취재는 DNA가 다르다. 취재가 기사를 발굴하기 위해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를 보아야 하는 작업이라면 편집은 숲은 보는 작업이다.

취재가 미시적이라면 편집은 거시적이고, 기사가 취재원을 상대로 한 구심적 작업이라면 편집은 수많은 독자를 향한 원심적 작업이다.

한인섭 전 한국언론교육원 겸임교수는 “취재가 현미경을 들여다 볼 때 편집은 망원경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부터 이틀간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에서 열린 글쓰기 교육에서 “초기 편집과 취재는 영원한 갈등구조”라고 단언했다. 이렇듯 취재와 편집의 영역은 확연히 구분된다. 그것이 언론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지역신문의 특성 상 취재와 편집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디지털시대가 오면서 취재기자의 영역이 편집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취재기자가 자신의 기사를 편집하고 송고하는 일이 보편화됐다.

이를 바꿔 말하면 편집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취재기자의 독자적인 편집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편집이 기사에 대한 재해석을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취재기자 스스로 자신의 기사에 대해 객관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선행돼야 좋은 편집이 가능하다.

특히 제목의 중요성을 매우 크다. 일간지나 주간지 모두 제목에 의해 가독율이 결정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좋은 제목의 기사는 독자들을 훨씬 빠르게 흡수한다.

더나가 신문독자의 이중성, 즉 신문이 딱딱하면 읽을 게 없으며, 부드러우면 가볍다고 힐난하는 독자의 성격이 상충하기 때문에 중간영역의 판단과 선택이 중요하다.

한 전교수는 “제목을 향해 신경세포가 자극돼야 한다”며 제목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다수의 독자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파수를 찾아야 하는 일이 곧 제목을 선택하는 일”이라며 “시대와 상황이 지닌 가치관의 공통분모 속에서 공명(共鳴)할 수 있는 편집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공감 없는 제목은 울림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제목은 선정적이지만 천박하지 않고 강하지만 껄끄럽지 않고, 부드럽지 연약하지 않이야 한다”며 “특히 제목의 리듬과 운율은 편집과 취재기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윤활유 같은 역할 을 하기 때문에 독자의 뇌리에 빨리, 깊이, 오래도록 스며들게 하는 촉매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이 준 교훈은 취재와 편집의 칼날 위를 걷는 지역신문의 기자들에게 영역의 견고함을 허물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목의 선택, 그 사소한 것 같은 문제 하나가 지역신문의 격을 키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