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동시이야기] 물 이야기 4-2 5. 물의 여행
[융합동시이야기] 물 이야기 4-2 5. 물의 여행
  • 광양뉴스
  • 승인 2024.04.26 17:46
  • 호수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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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신 동시작가
박행신 동시작가
박행신 동시작가

절뚝거리면서

물은 모든 생명의 젖줄이란다

그런 것쯤은 나도 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고

물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뭉쳐서 비가 되어 내린단다

그런 것쯤은 나도 안다.

집에 가려고 나서는데

새싹들을 어루만져 재우듯

사분사분 봄비가 내린다.

엄마는 지금쯤 많이 바쁘실 텐데

어쩐다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책가방을 머리에 이고

집을 향해 나선다.

손과 발을 엇박자로 비비꼬면서

절뚝거리면서.

 

박수를 쳐주었어요

“오늘 민희랑 현지가 안 보인다? 무슨 일 있나?”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시작하려다 말고 민희 어머니께 전화하셨어요.

“현지랑 같이 갔다고요? 아직 교실에 들어오지 않은 걸요?”

선생님은 전화를 끝내고 말씀하셨어요.

“너희들 오늘 아침에 민희랑 현지 못 봤니? 학교 간다고 나갔다는데….”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우리들은 학교 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몇몇은 학교 밖 주변까지 살펴보았지만 허사였어요. 민희 어머니께도 동네 이곳저곳을 다 돌아다녔는데도 찾지 못했대요.

선생님께서는 파출소에 신고하기로 하고, 학교에도 알리셨어요.

수업다운 수업을 할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께서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았고, 우리들의 마음도 막연히 불안하고 어수선했어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종이 막 울릴 때 선생님께 전화가 왔어요.

“찾았다고요? 어디서요? 알겠어요. 지금 곧 교장실로 가겠어요.”

우리들은 우르르 선생님을 뒤따라 나섰어요. 교장실 주변에 웅성거리고 있는데 경찰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어요. 문이 열리고 민희와 현지가 나타났어요.

“야, 민희하고 현지다!”

우리들이 두 사람에게 달려들려 하자 여자 경찰관이 막아서며 민희와 현지를 데리고 교장실로 들어갔어요. 경찰관은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되돌아갔어요. 두 아이도 선생님을 따라 나왔어요.

“너희들 때문에 친구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얼른 사과하고 이야기해 주거라. 무척 궁금할 테니까.”

교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은 민희와 현지에게 그동안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라고 하셨어요. 그러자 현지가 입을 열어 주섬주섬 이야기했어요.

민희는 다리가 비정상인이었어요. 절뚝거리며 혼자 걸을 수는 있지만 걸음이 느렸어요. 현지는 그런 민희를 3학년 때부터 붙어다니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어요.

우리 학교는 교문을 통해 등교하는 길이 있고, 고갯길을 넘어오는 산길이 있어요. 산길은 마을과 가깝지만, 다니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어요. 뱀이나 벌과 같은 것들에게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가끔 몰래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민희는 한 번만이라고 산길을 따라 등교하고 싶었대요. 그래서 약속한 것이 오늘이었대요. 다른 때보다 아침 일찍 만나 산길로 넘어오는데 낡은 산막 하우스 속에서 “키익~ 키익~” 하는 이상한 울음소리가 나더래요. 가서 보니 새끼 노루 한 마리가 구석에서 울고 있더래요. 몸 군데군데 상처가 있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더래요.

“많이 다친 모양이지? 어미는 어디 갔을까?”

새끼 노루는 사람을 보자 두려운 듯 울음소리도 안으로 숨기더래요

“저렇게 혼자 두면 굶어 죽을 텐데. 우유는 먹을 수 있을까?”

현희가 얼른 집에 가서 우유와 약과 붕대를 가져왔어요. 그릇을 찾아 우유를 담아주었어요.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망설이더니 혀로 핥아먹기 시작했어요. 살살 가서 얼른 끌어안고 약을 바르고 무릎에 붕대도 감아주었어요.

“어미 노루가 얼른 와서 데리고 갔으면 좋겠는데….”

치료가 끝났지만 차마 떠날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올 줄 모르니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두 사람은 말똥거리는 새끼 노루의 눈을 바라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얼마쯤 지났을까 낯선 아저씨 두 분이 불쑥 나타났어요. 그리고는 민희와 현지가 맞느냐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하니까 경찰서에서 자기들을 찾아나온 사람들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어요. 새끼 노루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들이 가축병원에 데려다주겠다면서 덥석 안고 같이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어요. 그리곤 학교로 왔어요.

우리들을 힘들게 한 민희와 현지였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들을 원망하거나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새끼 노루는 분명 건강을 회복하고 잘 자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오히려 짝짝짝 박수를 쳐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