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걸어왔다.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이 아니지만 워낙 글쓰기에 저력이 있는 탓에 세심한 취재와 관찰력을 무기로 삼아 우리 지역 문화 인물들을 매주 한명씩 담아내고 있다.
문인부터 화가, 사진작가, 장인,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 인물들을 발굴하며 그들의 소박한 삶은 지면에 소개하고 있는 사람들.‘광양문화연구회’(회장 박두규ㆍ이하 광문연)가 이들 주인공이다.
광문연은 지난 6월 16일부터 매주 한편씩 광양신문에‘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인물 기사를 보내고 있다.
광문연의 원고는 그동안 광양신문이 휴가나 명절로 인해 발행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 번도 빠짐없이 광양신문에 게재됐다.
7명의 필자는 박두규 회장을 비롯해 이은철ㆍ박행신ㆍ박옥경ㆍ양선례ㆍ백숙아ㆍ정은주 회원이다. 광양문화연구회는 고적 답사, 문화 현장 등을 살피는 동호회로 올해 어떤 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 지역신문에 문화인물을 연재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인물연재를 제안한 사람은 이은철 회원이다. 이 회원은“박두규 회장님이 지난 1월 출간한 ‘광양에서 희망을 말하다’를 읽고 인물 연재를 착안했다”고 말했다.
박두규 회장의 책‘광양에서 희망을 말하다’는 광양의 역사와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담겨 있는데 박 회장이 직접 258개 마을의 유래와 현황, 278명의 인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박 회장은 이 책을 위해 2010년부터 자료 수집과 현장답사를 시작했으며 2012년에 초고를 완성하고 지난해 집필 보완을 통해 원고를 완성했다.
이은철 회원은“이 책을 보고 좀 더 깊이 있게 인물을 다뤄보자는 생각에서 문화연재를 시작하게 됐다”며“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연재를 계속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7명이 매주 돌아가며 게재
원고 발송 담당은 양선례 회원이 맡았다. 매주 글 쓰는 사람이 다르기에 회원 개개인에게 원고를 받으면 혼선이 이뤄질 것 같아 한명이 담당한 것이다.
글은 광양문화연구회가, 사진은 광양신문이 맡기로 했다. 원고가 오면 내용에 맞춰 이성훈 기자가 인물들을 만나 사진을 찍는 식이다.
원고와 사진을 한꺼번에 보내주는 회원들도 있다. 박옥경 회원은 “신문사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진과 함께 보내고 있다”며 넌지시 웃었다.
원고가 도착하면 해당 인물에 맞는 사진을 찍고 미리 편집을 한다. 전면 기사이기 때문에 원고 분량이 상당하다. A4 용지에 10포인트 글로 두 장이 넘어간다. 사진은 보통 3~4장 들어간다.
이렇게 편집된 글은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만난다. 워낙 글쓰기에 출중한 사람들이다보니 신문사에서는 띄어쓰기나 오탈자를 제외하고는 교정 볼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회원들의 글 솜씨는 회원마다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매주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반 기사와는 색다른 글 솜씨가 연재하는 글을 읽는 독자들로서는 또 다른 볼거리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명씩 돌아가며 글을 쓰니 다시 쓰려면 7주가 걸린다. ‘한 달 보름’이라는 취재 시간이 넉넉히 주어진 셈이다. 20회 연재됐으니 회원마다 3명씩 게재한 셈이다.
하지만‘마감시간이 글을 완성한다’는 진리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박두규 회장은“방금 원고를 보낸 것 같은데 돌아서면 또 내 차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정은주 회원은“바쁘게 살다보니 벌써 내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며“기자들 마감 채우는 것 보면 정말 신기하다”고 전했다.
이은철 회원은“마감에 닥쳐서야 글이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며“확실히 마감이라는 긴장감이 있어야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양문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원고가 나가기 때문에 인물 선정에도 신중하다. 박두규 회장은“회원들끼리 모여 각자 어떤 인물을 취재하겠다고 하면 그 인물에 대해 가부를 결정한다”며“실제로 문화연재 주인공으로 논의됐다가 철회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인에 대해서는 되도록 사양한다.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철 회원은“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연구회 차원에서 선정하는 것이 잡음도 없고 객관적”이라며“회원들도 이 같은 원칙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고 귀띔했다.
인물이 선정되면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간다. 하지만 취재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회원들이 모두 직장인이기 때문에 주로 주말에 취재하는데 취재원과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한번 만에 뚝딱 취재해 원고를 쓸 수도 없다. 인물을 취재하기 때문에 기자와 마찬가지로 사실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은주 회원은“몇 번씩 만나서 사실 확인을 한 번 더 하고 행여 틀린 부분이 없는지 대상자와 원고 검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옥경 회원은“아무래도 인물 전반적인 글이 나가기 때문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철 회원은“취재 시간이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어렵게 고생한 원고가 신문에 나오는 날이면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발품판 정성
어렵게 취재해 원고를 작성한 만큼 기쁨도 남다르다. 박옥경 회원은“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취재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면서“우리지역 문화인물을 발굴한다는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정은주 회원은“취재하던 중 친인척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 정말 기뻤다”며“글 한편이 여러모로 많은 인연을 맺어줘 소중한 경험이다”고 말했다.
양선례 회원은“글을 잘 쓰지 못하면서도 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도 못하고 있다”며“광문연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들의 치열한 삶에서 감회를 받다보니 생생한 글이 저절로 써져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 회원은“좋은 글이란 모름지기 감동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며“제가 취재한 그 분들의 삶, 그리고 제가 쓴 글을 통해 한두 사람이라도 감화를 받았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고 소망했다.
박두규 회장은“그동안 우리 지역 유명 인사의 경우 신문에 소개된 적은 많지만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드물다”며“인물 한명을 집중적으로 취재에 각 회원들의 글쓰기 취향에 맞게 게재하는 것이 기획 취지에도 맞고 깊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재 마치면 책 발간 계획
광문연은 이번 기획을 일년 정도 잡고 있다. 일 년이면 약 50여명의 인물 취재가 가능하다. 이제 올해 말이면 반환점을 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취재 대상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인물난에 어려움을 겪을지 고민이다.
강필성 광문연 총무는“살아있는 인물뿐만 아니라 지금은 고인이 되신 문화인사도 지면에 담아 재조명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세광 회원은“매주 새로운 인물이 지면 전체에 실려 참신하고 읽을거리가 풍부해 좋다”며“다만 글이 너무 많은 것은 조정해서 독자들이 좀 더 편안히 읽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선례 회원은“흔히 광양을 문화의 불모지라고 하는데 이 기획을 통해 철강의 도시 광양이 문화가 숨 쉬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작은 발자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제 1년 동안 연재가 끝나면 게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박두규 회장은“책으로 발간되면 우리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앞으로 더욱더 부지런히 취재하고 발품 팔아 지역 문화 인물을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광양신문에서 지면을 할애해주고 좋은 편집으로 게재해 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광문연이 앞으로 문화인물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인사 재조명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우리 지역 문화 인프라 구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