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 박물관 건립되면소장품 기증할 수 있어”
“광양에 박물관 건립되면소장품 기증할 수 있어”
  • 지정운
  • 승인 2011.04.11 09:54
  • 호수 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천 선생 친필 등 역사적 가치 뛰어난 고서 수십 점 보유

1920년대 소녀잡지 ‘장미’ 창간호 등 귀중한 자료 ‘눈길’

“순천만에 터를 닦고 살지만 광양은 항상 내 고향, 마음의 안식처죠. 언젠가 광양에 박물관이 생겨나면 소장하고 있는 고미술품들을 그곳에 기증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순천만생태공원 입구 주차장 맞은 편에서 ‘도솔 갤러리’를 운영하는 정일균 관장(58)은 고향의 사랑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 관장의 고향은 봉강면 상봉마을이다. 그의 부친은 정순구 씨로 제10대 봉강면장을 역임했다. 그가 운영하는 도솔 갤러리의 ‘도솔’은 자신의 고향 뒤에 솟아있는 도솔봉에서 따왔다.

조각가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고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이야기를 책으로 보며 우리 문화의 소중함에 대해 눈을 떴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고미술품을 수집하러 전국을 답사하고 사라져 가는 많은 고서와 민속자료 등을 수집했다. 이렇게 모아진 고미술품은 여러 곳에 기증됐다. 광주 박물관에 기증한 것만 해도 5톤 트럭 1대 분량에 달했으며, 순천시와 모 방송국 개국 70주년 행사 때도 미술품을 기증했다.

현재 정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고미술품은 수 천점에 이른다. 자신의 집 전체가 고미술품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가 보유한 고서 중에는 매천선생이 자신의 할아버지께 보낸 친필 서신과 책 등 10여 권이 있으며, 고광순 의병장과 자신의 할아버지가 나눈 편지도 보유하고 있다. 또 매천 선생의 집에서 응급처방용으로 사용하던 한글로 된 ‘단방 요법집’도 직접 소개했다.

정일균 관장이 매천 선생의 친필 서적을 꺼내 필체의 독특함을 설명하고 있다.
정 관장이 소개한 소장품 중 눈에 띄는 것은 ‘연암척독’이란 고서다. 그는 “매천 선생이 친필로 남긴 고서”라며 “매천 선생만의 독특한 필체가 살아있는 귀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20년대 소녀 잡지로 알려진 ‘장미’ 창간호를 직접 꺼내 보여줬다. 누렇게 변색된 이 잡지에는 소화 2년이란 발행 연도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정 관장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장미 창간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가장 아끼는 소장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옥룡에서 수집한 ‘임시교재 초등이과’라는 교본과 ‘미국 친구가 보낸 선물’이란 노트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픈 과거를 되짚어 보게 하는 산 교육자료로서의 가치가 돋보였다.

정일균 관장은 “고향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맘은 언제나 한결같다”며 “소장하고 있는 고서나 민속자료들이 고향의 후배들에게 교육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