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이 진주 될 때까지 노력”
“땀방울이 진주 될 때까지 노력”
  • 이성훈
  • 승인 2010.11.01 10:08
  • 호수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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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늦깎이 축구 선수가 된 정진선 양


어른되면 국제 심판도 하고 싶어

학교를 옮겼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정말 기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있다. 현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새롭게 개척해야겠다는 각오뿐이다. 정진선(광양여고 1) 양. 정 양은 불과 5일 전에는 백운고 학생이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광양여고로 학교를 옮기고 학교생활을 새롭게 하고 있다. 사실상 오늘(1일)이 첫 등교인 셈이다. 학교를 옮긴 이유는? 사고를 쳤거나 말썽쟁이여서가 아니다. 바로 축구 때문이다. 정 양은 최근 광양여고 축구부에 입단해 힘차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축구, 골프, 스쿼시 등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에는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또한 평소에 전남드래곤즈 축구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보며 축구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 광영중에 다닐 때에는 이 학교 여자 축구부에서 실시한 테스트에도 통과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축구 선수의 꿈은 가슴속으로만 간직했다. 백운고에 입학해서도 꿈은 지워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 양은 자신의 운명을 뒤바꿀만한 사건을 접한다.

지난 9월 추석 때 열린 u-17 여자축구 청소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여자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 TV를 통해 우승 장면을 지켜본 정 양은 가슴속에 숨겨둔 꿈을 현실로 꺼냈다. 정 양은 “우승하는 것을 보고 부모님을 간곡히 설득해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했다”고 말했다. 학교, 가정에서 정 양의 진로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결국 정 양은 광양여고 축구부에서 테스트를 받고 선수로 뛰어도 좋다는 합격 소식을 손에 쥐었다.

이제 그는 선수로서 첫 걸음을 떼려고 한다. 포지션도 없다. 선수로서 성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흘릴 땀방울이 너무 많다. 남들이 열 걸음 달릴 때 그는 백 걸음 달려야 한다. 하얀 얼굴이 새까맣게 될 각오도 하고 있다.

그는 “축구 선수로 뛰기에는 남들보다 많이 뒤쳐졌지만 열배는 더 열심히 운동해 목표를 이루고 싶다”며 각오를 굳건히 했다. 정 양은 광양여고 축구부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우선 기초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그는 “땀방울을 수백 번 흘릴 각오는 하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시작하되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정 양의 꿈은 국가대표다. 그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보고 싶다”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씩 우직하게 걷겠다”고 강조했다. 볼턴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을 좋아한다는 정진선 양은 “축구 선수도 하고 나중에는 국제 심판이 되어 늘 축구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축구화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낯선 운동장을 힘차게 달린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