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 문제 때 놓치면 안 된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 때 놓치면 안 된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44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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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3일 광양민중연대의 주한미군의 수리창이라고 하는 왜관 미군기지에 대한 현지 실사단과 함께 ‘캠프 캐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동행취재 결과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이 일을 추진하는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이 광양항 물동량 확충에만 집중한 나머지 미군기지 이전이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살펴보는 데는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왜관 수리창 기지만을 따로 떼어서 광양항에 유치하겠다는 백 청장의 말은 현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왜관의 주한미군기지는 그 자체가 통째로 하나의 거대한 수리창이었다. 캠프 캐롤은 주한미군 전체에 필요한 대형군수물자를 정비하고 재생시켜 공급하는 군수물자 허브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개념인 4 에이리어 전체를 관할하는 대구사령부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대였다. 따라서 이 수리창만을 따로 떼어서 이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왜관의 수리창을 광양항으로 이전한다면 그에 관계된 다른 부대의 이전도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광양항 전체가 군사기지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오랜 기간 미군기지와 관련된 일을 해온, 다시 말하면 보다 전문성 있는 사람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백 청장은 지난해 12월 26일 광양민중연대와의 대화에서 수리창 부분만을 떼어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백 청장 본인이 밝히기를 자신도 한번도 왜관 기지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날 백 청장이 설명한 대부분의 정보들은 허공에 뜬 내용들뿐이었다. 돌아보면 백 청장이 미군기지를 광양항에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은 책임 있는 기관장이 가져야 할 자세는 아닌 듯싶다. 더구나 이의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백 청장은 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이를 추진한 것으로 확인된다. 미군기지를 유치해서라도 광양항의 물동량을 늘여야 한다는 발상은 물동량 확충이라는 면을 중요시하는 한편의 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백 청장이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 저런 노력까지 하고 있구나라고 칭찬하는 시민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광양항의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당장이 급하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접근하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후회하고 말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왜관의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리창이라고 하더라도 훈련은 나와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리창을 유치하게 되면 광양항 인근 지역 어느 곳에서든 미군들이 훈련하는 총소리와 일상적으로 뜨고 내리는 헬기 소리를 시민들이 듣지 않을 방법이 없다. 대구시민모임 관계자에 따르면 수리창에서 취급하는 것은 탱크 등 대형장비는 물론이고 고도의 살상용 무기도 취급 보관한다고 한다. 이라크 전에서 크게 문제가 된 열화 우라늄탄도 취급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한다. 광양항 물동량 확충에 도움이 될 것들만 유치하면 된다는 백 청장의 바람을 순수한 뜻으로 하는 말이라고 본다면 아직 왜관 수리창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가진 순진한 생각이요, 계산된 발언으로 본다면 시민들을 현혹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미군기지라도… ”라는 백 청장의 충정은 백분 이해하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라면 하루 빨리 수정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일순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냉철히 바라봐야 할 중요한 사실은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우리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이전 후보지를 찾아 나선 미군에게 광양항은 너무나 좋은 대상지일 수 있다. 백 청장의 욕구와 미군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라 광양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군기지의 이전이 추진될 수 있음을 우리는 광양시민들에게 경고하고자 한다. 광양의 100년 미래가 뒤바뀔 수도 있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오는 2월 미군이 실사를 나오기 전에 광양시민의 뜻을 분명하게 결정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입력 : 2006년 01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