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정차, “나부터 먼저 고치자”
불법주정차, “나부터 먼저 고치자”
  • 이성훈
  • 승인 2006.10.21 14:31
  • 호수 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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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불법주정차로 몸살앓는 광양시
Ⅲ. 시민들 의식전환 절실의식 고치지 않는 한 단속↔민원제기 악순환 불가피 현재 광양은 인근 여수, 순천에 비해 주차 공간이 여유가 있는 편에 속한다. 시에서도 이런 현실을 알고 강력한 단속보다는 계도차원에서 시민들 스스로 의식전환을 통해 불법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 광양시의 경우 2005년 1월 1일부터 주정차금지구역 단속을 경고장 없이 단속하게 돼 있으나 곧바로 처분을 내리지 않고 어느정도 시간을 준 뒤 단속을 하고 있다. 단속보다는 시민들의 안전과 원할한 교통흐름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불법주정차 단속의 경우 단속요원의 인력난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주차의식’이다. 이에 본지는 기획취재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Ⅲ.시민들 의식전환 절실’ 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지는 교통행정과와 소방서 관계자, 버스기사,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시민 의식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 주) 불법주차 시민, “왜 나만 끊어?”단속요원, “욕설은 예사, 손찌검 당하기도” ▲ 버스정류장은 어디로?중동 농협중앙회 동광양 지점 앞 버스 정류장. 승용차들이 버스정류장에 불법주정차를 하고 있다. 현장을 20분 이상 지켜봤으나 차를 이동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교통행정과 교통지도 단속 상근인력인 A씨(27)는 매일 아침 9시 30분 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광양시내 주요 도로에 교통 단속을 펼친다. 현재 시청 주정차량 단속반은 상근 인력 3명, 공익요원 9명이 광양읍과 중마동을 3개조로 나누어 41개소 27km를 순회 단속하고 있다. 그는 올해로 교통단속을 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다른 시·도와는 달리 광양시는 과태료스티커를 바로 끊지 않는다. 10~30분까지 충분히 여유를 주고 과태료를 끊는다. 그러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민원인들의 비난의 화살뿐. 심지어는 호루라기 소리만 내도 화를 낸다고 한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시민들은 하나 같이 “주차한지 5분밖에 안됐는데 왜 끊었느냐, 바로 앞에 있는 저 차는 가만히 놔두냐”는 항의가 대부분이다. A씨는 이에 대한 항의를 끝없이 받고 설명을 해주지만 한번 화가 난 시민들은 좀처럼 수긍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다른 시도처럼 불법주정차를 적발했을 경우 바로 과태료 처분을 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우선 과태료 처분을 알리는 경고장을 먼저 붙인 후 다른 지역을 순회한 후에도 그대로 주차된 경우 과태료 처분을 내립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저희들의 설명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지요.”

A씨는 2년여간 근무하면서 민원인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두 번의 손찌검을 받고 경찰서까지 출두했다. 한번은 민원인이 사과해서 그냥 넘어갔으나 한번은 끝까지 뉘우침이 없어 법대로 처분을 하기도 했다. “물론 시민들 입장에서 자신의 차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나 충분히 차를 이동할 시간을 줬는데도 지켜지지 않으면 저희로서는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A씨는 “도로주변에 한시간 이상 불법주정차를 하는 얌체족들이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며 “반드시 주차장 사용을 숙지하고 정말 위급한 상황일 경우 비상등을 켠후 재빨리 볼 일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시민들에게 신신 당부했다. “단속하는 저희들도 마음이 편할리 없습니다. 시민들이 저희들 무시하고 욕설할때면 정말 저희로서도 화가 날때가 많이 있습니다. 정 억울하다면 이의제기를 신청하면 됩니다. 제발 저희들 무시하고 욕하지 마세요.”

또 다른 교통행정과 직원은 상가앞에 세워진 차들때문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상가앞 차량의 경우 대부분 상점 주인 차량이 주차돼 있는 경우가 많다. 단속을 펼치면 뻔히 안에서 보고 있다가 과태료 처분을 내릴려고 하면 그제서야 나와서 차를 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이런 상황을 당하고 나면 도통 힘이 빠지는 게 아닙니다.”

중동 사랑병원 근처에서 과태료 단속에 걸린 적이 있는 한 시민은 “걸릴 당시 대단히 불쾌하고 억울해서 화가 났지만 조금 지나보니 습관적으로 불법주정차를 하게 됐다”며 “정말 급한 일이 있으면 비상등을 켜서 볼일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귀찮더라도 조금 양보하면 서로가 편하지 않겠느냐”며 “나부터 먼저 고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도로 불법주차 “위험천만”
소방서에서도 불법주정차로 인해 위험스러운 상황이 생기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위급한 상황일 경우 불법주정차로 인한 피해는 더욱더 심각하다. 광양소방파출소 이종록 소방교는 “광양읍 성도장 여관에서 동초등학교의 거리와 자유예식장에서 남문수퍼의 경우 대표적인 소방도로이지만 불법주정차로 인해 위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 했다.

이 소방교는 “이 곳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한쪽 도로에만 주차하게 돼있으나 밤이 되면 양쪽 모두 주차가 되어 있어 대형 펌프차량은 진입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방교는 지난해 7월 7일 오후 7시경 인동리에서 난 화재를 예로 들었다.

이 소방교는 “당시 화재로 대형 펌프차가 성도장에서 광양동초의 소방도로를 진입하려고 했으나 불법 주정차로 인해 대형차는 들어가지 못하고 중형 펌프차만 간신히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이 소방교는 “다행히 피해는 많이 입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 했다”며 한 숨을 돌렸다.

이 소방교는 “간혹 구급차도 위급상황시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도로 갓길에 구급차를 대기시켜야 하는데 양쪽에 일반 차량이 주차될 경우 할 수 없이 도로 한가운데 구급차를 주차시켜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차가 도로 한가운데 있으면 결국 뒷 차량도 선의의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시민들 스스로가 반드시 지정된 구역에 주차해 피해를 입는 시민들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 소방교는 “시민들이 면허를 따기 전 소방용수가 있는 곳 반경 5미터 이내에는 주차를 못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운전을 하면 자신들의 편리함을 먼저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주차의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버스정류장 불법 주정차도 심각
소방도로뿐만 아닌 일반 도로 시내버스 정류장도 마찬가지다. 일반 차량들이 버스정류장을 점령하는 바람에 시내버스는 도로 한복판에서 손님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크고 작은 교통사고는 물론,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도심지 버스정류장에서 제대로 버스를 정차시키고 손님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며 불법주정차의 심각성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기사는 특히 “광양중학교 앞을 포함해 학교 주변 등하교 시간에는 불법주정차로 인해 더욱더 위험한 상황이 전개된다”며 “자녀와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버스 정류장 주변에는 불법주정차를 금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인수(광양읍)씨는 “멀리서 오는 버스를 탈려면 정류장 앞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가용 운전자들이 버스타는 시민들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서 버스정류장에 주차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00미터를 극복해야
시는 시민들의 불법주정차의 경우 100미터만 극복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민들이 조그마한 일을 보면 대부분 100미터 이내에서 해결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근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고 도로에 불법주정차를 하는 것은 대부분 100미터 걷기를 포기하기 때문에 불법주정차가 일어난다는 입장이다.

광양시청 교통행정과 박희순 과장은 “현재 중마동, 옥곡, 광양읍에 주차장 조성을 계획하는 등 최대한 부지를 확보해 주차장 조성에 힘쓰고 있다”며 “그러나 시민들이 제대로 주차장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단속과 민원제기’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특히 “도로 주변 상점 주인들이 솔선수범해서 자신들의 차량을 지정된 장소에 주차시킨 다면 불법주정차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상가주인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일부 시민의 불법주정차는 결국 대다수 시민들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광양지역 주차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고 강조했다.<끝>
 
입력 : 2006년 03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