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통해 문화적 교감 추구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오는 17일부터 3월 26일까지 ‘고화흠: 이제 서야 비로소 나의 백안白岸을 찾아’ 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전남지역의 작가를 발굴해 연구하고 이들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화흠(1923~1999)은 구례 출신으로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귀국 후 1976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직을 맡아 대중적인 미술문화 저변 확대에도 큰 열정을 보였다.
특히 고화흠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수채화를 통해 문화적 교감을 추구하면서 흔히 유화의 밑그림으로 여겨지던 수채화의 장르적 특성에도 깊이를 더했다.
전시 제목인 ‘이제서야 비로소 나의 백안白岸을 찾아’는 작가의 글에서 비롯됐다.
이는 ‘하얀 언덕’이라는 뜻으로 고화흠에게는 언젠가 도착해야 할 이상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1970년대 ‘백안’ 시리즈는 고화흠을 대표하는 유화 작품들로, 직접 창안한 단어를 통해 작업에 대한 애정과 낭만을 드러냈다. 이 시리즈는 넘실대는 은백색의 물결과 일렁이는 그림자와 같은 서정적인 색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고화흠은 부인의 예술적 조력자이기도 했다. 부인인 김인숙(1926~2020) 여사는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학과 1회 졸업생이다.
실제로 고화흠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한 김인숙의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수채화, 유화, 반려자와의 예술적 영감을 나눈 자수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유족의 기증을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 전시가 “일반적인 연대기 순으로 나열되던 작가 회고전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 고화흠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보고자 구성된 전시”이며 “제목처럼 관람객들도 고화흠의 ‘백안’을 비로소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