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이야기 <초등학교 과학 4-1 2. 물의 생태 변화>

아가 옷이 빨랫줄에

빨랫줄에 걸린 우리 아가 옷에

가던 햇살이 잠시 내려앉았어요

“햐아, 아가 냄새가 참 좋은 걸!”

날아가던 고추잠자리도

궁금한 듯 날아왔어요

“그래, 정말 좋은 걸!”

지나가던 바람도 끼어들었어요

“나도 좀 맡아보자구!”

자꾸만 이리저리 뒤적거렸어요.

*빨래와 전동차

나는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 때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도시에서 할머니와 함께 2층 옥탑방에서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서울에서 식당을 경영하셨는데, 일이 잘못되어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당신의 집을 팔아 아버지 빚을 갚아주고 2층 옥탑방을 얻어 이사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결국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나를 할머니께 부탁한 후 어디론가 떠나셨습니다.

집안이 풍비박산나자 할머니마저 건강이 좋지 않아 몸져눕고 마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끼니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빨래였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는 가끔 옷에다 실수를 하셨습니다. 세탁기가 없었기에 손빨래로 해야 했습니다. 보일러 온수물을 아끼려고 미지근한 물 반 찬물 반으로 빨아야 했습니다.

그 날도 아침 일찍 시린 손 호호 불며 빨래하고 있는데, 아랫집 주인아주머니께서 올라오셨습니다. 아주머니는 다짜고짜 빨랫감을 세숫대야에 담으셨습니다.

“이 추운데 찬물로 빨래하고 있는 거니? 그것도 사내 녀석이 빨래를….”

그 후로부터 이틀이 멀다하고 올라오셔서 빨래를 가져가시곤 하셨습니다. 가끔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도 따라 올라오곤 했습니다. 그녀는 나를 볼 때마다 아주머니의 등 뒤로 숨곤 하였습니다. 수줍음이 참 많은 여자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마자마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소식을 들으셨던지 어머니께서 찾아오셔서 나는 다시 서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의사가 되어 우연히 할머니께서 사시던 소도시의 보건소 공중보건의사로 발령받았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근무지를 찾아가는데 예전 그 옥탑방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아주머니 한 분이 대문을 열고 나서시는 데 거동이 매우 불편해 보였습니다. 시장을 가시는지 시장바구니를 들고 지팡이에 기대어 절뚝거리시며 걷는 모습이 여간 힘들어 보였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나는‘어르신전동차’를 하나 구입하여, 함께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그 집 주소를 가르쳐주며 주인아주머니께 갖다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간호사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 집을 아시고 이러시는 거예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네요. 대신 내가 누구인지 절대 말씀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그런데 나는 그 간호사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뒤에 안 일이지만 그녀는 그 아주머니의 딸이었습니다.

“왜 그때 당신이 그 주인집 딸이라는 걸 말하지 않았지요?”

“행여 당신이 어렸을 때 밥하고 빨래하는 것을 부끄러워할까 봐 그랬지요.”

“빨래는 당신 어머님께서 다 해 주셨는데요, 뭘.”

“어머니께서 찬물로 빨래하는 당신 손이 참 시려보였다고 가끔 말씀하시더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