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해가 시작해 며칠이 지날 무렵 몽골을 소개 받았다. 여러 내용 중에 나를 가장 멈칫하게 했던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먹을 게 없어 고기만 먹는다”는 말이다. 사실 나는 고기를 별로 즐기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양고기 냄새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고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입주한 아파트는 3층에 있었다. 퇴근해서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면 깊은 숨을 몰아쉬다가 숨을 멈추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냄새를 맡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가 어느 날 계단을 올라 가다가 리듬이 풀려 중간에서 숨을 쉬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역한 냄새가 나리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너무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게 뭐지?”다음 날 출근해서 어제 일을 이야기 했다.“그럼 한 번 드셔 보세요!”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양고기를 즐겨먹기 시작했다.
이 나라의 가축(5대 가축/양, 염소, 말, 소, 낙타)은 광활한 초원의 싱싱한 풀만을 먹고 산다. 또한 이들의 고기 먹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대부분 삶아 먹는다. 불고기로 먹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흔히 불에 탄 고기는 건강에 좋지 못하다고들 하는데 그 나라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솥에 물과 양파, 당근, 감자 정도만 넣고 푹 삶아서 먹는 게 가장 보편화 된 방법이다.
음식의 종류도 간단하며,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은 거의 없다. 몇 개월이 지나면서 한국의 담백한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런 음식을 찾을 수 없음을 아는 나는 가장 한국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찾아냈다.
음식 이름은‘고릴태슐(칼국수)’이다. 면과 고기, 양파, 감자가 들어있는 음식이다. 잠시 후 나온 음식을 보고 실망하고 말았다. 면보다 고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아주 보편적인 음식으로 호쇼르와 만토라는 음식이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안에 고기와 채소들이 들어 있다. 채소는 약간이고 대부분 고기로 채워져 있다.
호쇼르는 기름에 튀기고 만토는 솥에 찌는 방법만이 다르다. 이래서 그곳 생활 10년 만에 100년 동안 먹을 고기를 먹지 않았나 싶다. 그때 쇠고기 1kg에 5~6000원이었다(2014년 기준).
이 나라에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한국어 열풍이 일었다. 대학은 물론 초.중학교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어느 전국 초.중학교(12학년제) 한국어백일장에서 심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한국 드라마, 노래 또는 한국의 발전 모습을 좋아하는 내용의 글을 쓴 가운데 10학년 학생이 쓴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물론 그 학생도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있다고 써내려갔다. “왜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친구인 개를 먹을 수 있을까? 그들은 경제와 문화는 발전했어도 생각은 아직 미개인 수준일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보신탕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집을 지키던 개는 이제 그 위상이 점차 올라 반려견으로 가족이 되었다. 어린 학생의 시각으로는 가족이 된 이런 개를 먹는 한국 사람들을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은 살림 밑천이어서 감히 잡아먹을 수 없었을 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던 가축이 바로 누렁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인간을 지킨다는 상서로운 동물(물고기)로 여겨 먹지 않던 그들이 지금은 낚시를 한다든가“가축이나 뜯어먹는 풀(채소)을 사람이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하던 그들이 한국 교민들의 노력으로 고기보다 훨씬 비싼 풀(채소)을 먹기 시작했다.
사람의 의식이 변하고 환경이 변함에 따라 식문화도 함께 변하건만 보신을 위한 우리네 인식은 아직 그대로 굳건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