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고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연애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남들이 쉬이 부정적인 시선이나 편견을 갖는 장애인, 또는 성소수자들의 사랑이야기일 것이라고 추측할 정도였다.‘나,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자’는 내용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비로소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저자 오연호는《오마이뉴스》를 창간하여 18년 째 운영하는 기자이며 발행인이다. 사회적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가 교육 문제에 눈을 돌린 것일까?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덴마크의 교육현장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를 출간했다. 행복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 이후 오연호는 800회가 넘는 현장강연을 통해 독자와 시민들을 만나고 이 책<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를 집필하게 된다.‘꿈틀거리는 인생, 행복한 삶’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저자인 오연호 기자의 인생 모토는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 했다. 이 책을‘행복해지기 위한 책’이라고 정의하면 적당할지 모르겠다.
오연호 기자는 이 책에서 전 세계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를 방문하고 그 곳에서 있었던 경험들을 강연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 써 놓았다.
덴마크의‘숲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 경험하고 그 안에서 배우게 하도록 한다.
내가 선택하는 무언가에 어떤 결과가 따르고 또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선택’하기 전에 그‘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결국 조심스러워져‘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무엇이 우리와 다를까? 덴마크 사람들은‘결과가 안 좋으면 어때?’라는 생각을 쉽게 가진다. 도전에 따른 실패에 미리 겁을 먹고 주저하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는 더 좋은 성공을 만드는 기회라 여기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러한‘패자부활’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며 더욱이 덴마크의 교육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공동체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제시한다. 책에 나오는‘랑에 엥’아파트공동체가 삶 속에서 자유와 연대를 조화시킨 예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를 개인 재산으로 소유하면서도 이웃과의 어울림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54가구가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저녁을 함께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새 가정이 이사 오면 그곳에 오래 살고 있던 가정이 멘토가 되어주는 문화를 전통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랑에 엥 아파트공동체가 정겹고 끈끈한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오연호 기자는 뒤늦게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덴마크의 기숙형 인생설계학교인 에프터 스콜레를 경험하고 온 뒤 인천광역시 강화도 불은면 넙성리에‘꿈틀리 인생학교’를 개설했다. 학교, 교실 안에서‘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라는 철학을 제대로 실천해보자는 것으로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한다’는 사고방식을 학생 때부터 체득하여 이를 사회 속에서 실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독서 초반에,‘저자는 왜 나서서 남의 행복을 찾겠다고 하는 걸까’라는 생각, 비판적인 시선으로 책을 접했지만 점차 ‘나서 주셔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라도 먼저 생각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나서서 바로잡지 않으면 교육은 항상 제자리를 맴돌 것이고 행복도 여전히 신기루처럼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 학기를 시험을 보지 않고 직업체험을 해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해 보낸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그 취지 그대로 실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추어‘꿈틀리 인생학교’에서의 1년 체험도 자유학기제의 다른 버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오연호 기자의‘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라는 인생철학과‘인생학교’의 개념은 매우 독특하면서 이상적인 프로그램으로 생각되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읽었더라면 나도 ‘꿈틀리 인생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미래의 삶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현재 열심히 하는 모든 것이 정말 내 인생에 바른 길이고 옳은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고 판단하고 도전하는 일이 낯설고 어렵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사랑이나 희망, 기쁨처럼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관념적 단어로써, 어느 누가 보장해주거나 책임 져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이른바 그런 단어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나 주장에 대해 조금 냉소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원래 이러한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책처럼 좋고 바르고 도덕적인 내용만 있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힘든 일이 있었지만 결국 이겨내고 원하던 삶을 살게 되었다’라는 정해진 스토리는 감동적이지도 않고 별로 믿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또는 미숙한 내가 보기에 그 깊은 뜻을 이해하기가 나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처음에 말했듯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확실히는 어떤 내용이라고 확언하기 힘들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더 힘들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간단하게 정의한다면,‘행복하기 위한 삶을 살고 싶다면 꿈틀거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강연자이자 여행가이드이며 학교설립자로서의 저자의 삶이, 꿈틀 비행기, 꿈틀 버스, 꿈틀 인생학교에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의 삶에 좋은 기운을 퍼뜨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에게 꿈틀거려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듯이 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