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인데 오늘은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안모였네요. 장날이면 차량이 꽉 막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광양시 대표적인 민원부서인 교통과(과장 송로종). 그중 불법주정차 단속을 맡고 있는 교통지도팀. 교통지도팀 인원은 총 11명이며 단속차량 2대, 견인차 1대, 고정식 CCTV 17대로 단속을 하고 있다.

교통지도 단속반은 3개조 7명이 상시 단속을 하고 있는데 집중 단속 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 횡단보도, 교차로, 어린이 보호구역, 승강장 등이 주 대상이다. 차량 단속은 크게 중마권과 읍권으로 나뉘는데 광양읍은 이강덕(운전 7급) 주무관과 최효진 행정실무원이, 중마동은 구자평ㆍ정일현 행정실무원이 차량을 운행하며 단속을 하고 있다.

단속 구간은 56구간으로 단속 대상은 주정차 금지구역 내 10분 이상 주차차량이다. 과태료는 승용차 4만원, 승합차 5만원이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위반할 경우 승용차 8만원, 승합차 9만원이다. 고정식 CCTV로도 단속한다. 시청 1층 교통지도팀 사무실에는 CCTV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느 차량이 위반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불법주정차 단속 현장 직접 나가보니…

광양읍 장날인 지난달 21일 기자가 직접 불법주정차를 타고 공무원들과 함께 단속 현장을 다녀왔다. 광양읍 단속은 인동로타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단속이 시작되면 우선 단속을 알리는 방송이 쉴 새 없이 반복해서 나온다.

광양읍 전체 코스를 돌고나면 보통 반나절이 걸리는데 일정한 시간 동안 수없이 되풀이하는 단속중이라는 쩌렁쩌렁한 방송을 단속 운전자들은 쉴새없이 들어야 한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단속차량을 타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단속 방송이었다. 귓전을 따갑게 때리는 반복적인 방송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이강덕(운전 7급) 주무관은 “이제는 단속 방송에 만성이 되어서 그런지 견딜 만 하다”며 “처음에는 쉴 새 없이 반복되는 방송으로 귀가 먹먹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방송을 멈추면 안된다. 방송을 하지 않고 단속했다간 자칫 암행단속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차가  단속을 시작하면 무조건 방송을 틀어야 한다. 자동 방송 뿐만 아니라 직접 스피커를 켜고 단속 경고 방송도 병행한다.

이 주무관은“장날에는 도로에 중복으로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이 많고 시끄럽기 때문에 구두로 방송을 반복하며 주의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양읍 단속차량은 인동로타리에서 시작해서 광양읍 중심지를 한 바퀴 쭉 돈다음 덕례리, 창덕 등으로 옮긴다.
 

한번 단속한 곳은 10분이 지나면 반드시 다시 한 번 다녀와야 한다. 단속 대상은 주정차 금지구역 내 10분 이상 주차차량이기 때문이다. 첫 단속에는 단속 경고만 붙고 10분이 지난 후에도 차량이 그대로 있으면 자동 시스템에 의해 정식으로 단속된 후 단속사실통보서가 집으로 발송된다. 

이병채 주무관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예전보다 민원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억울하다며 우리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병채 주무관의 말대로 공무원이 직접 사진을 찍고 단속했을 때는 곤욕을 많이 치렀다고 한다. 욕은 기본적으로 듣고 심지어는 맞기도 하며 숱한 수난을 겪었다.

지금은 고정식 CCTV와 단속차량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불법주정차량을 단속해 증거가 명확하다. 이 주무관은 “술에 만취한 시민이 다음날 아침 자기 차를 찾아달라는 전화도 오고 왜 과태료를 부과했느냐는 항의는 시도 때도 없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번호판 가리고, 도로에 버젓이’ 불법주정차 천태만상

불법주정차량들의 주차 형태를 보면 다양하다. 장날에는 인동로타리를 중심으로 물건 파는 차량이 줄줄이 불법으로 주차되어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트렁크를 열어놓거나 번호반을 살짝 가려놓는다. 이강덕 주무관은“트렁크를 열어놓으면 번호판이 안보이기 때문에 단속을 할 수 없다”며“그렇다고 트렁크를 내려달라고 얘기도 할 수 없어 골치 아플 때가 많다”고 하소연 했다. 번호판 가리는 것도 마찬가지.

이병채 주무관은“우리가 함부로 번호판 가리개를 뗄 수 없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번호판을 가릴 경우 경찰에 고발하면 처벌을 받는다. 이 주무관은“번호판을 고의로 가리면 벌금 1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며“과태료보다 몇 십배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하므로 절대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도로에도 버젓이 차를 세운 경우도 있었다. 택시 주정차 장소에도 차를 주차해 택시 기사들로부터 단속 민원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불법주정차 단속은 이렇게 이뤄진다. 단속원이나 무인카메라가 주정차차량 위반을 단속한 후 단속사실 통보서를 한다. 통보서에는 자진납부 또는 의견제출기간, 과태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불법주정차 단속에 걸리더라도 이의제기는 할 수 있다. 범죄 예방ㆍ진압이나 그 밖의 긴급한 사건 사고인 경우 관할 관청 확인서를 제출하면 감면 받을 수 있다. 이밖에 △도로공사 또는 교통지도 단속 차량 △응급환자 수송 또는 치료 △화재ㆍ수해 등 구난작업 △장애인 승하차를 돕는 경우 △차량이 갑자기 고장 난 경우 등이다. 김재신 교통지도팀장은 “불법주정차 차량에 위반되더라도 이의제기는 언제든지 할 수 있으며 감액기준에 해당되는 사안에 대해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상가 활성화 방안으로 점심심간(오후 12~2시)은 주차단속을 유예하고 있다.

결국은 성숙한 시민의식

광양시가 불법주정차 단속을 매일 실시하고 있지만 결국은‘성숙한 시민 의식 확립’으로 결론이 나온다. 송로종 교통과장은“자기 혼자만 편하다고 불법주정차를 일삼으면 결국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광양시는 갈수록 도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신 팀장은“불법주차 단속 보다는 교통소통 위주의 주차지도 및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며“시민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양보해준다면 광양이 더욱더 질서있는 도시로 발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송 과장은“주말, 밤낮 없이 교통과 직원들이 정말 많은 고생을 한다”며 “시민들도 공무원들에게 너무 욕만 하지 말고 우리들의 업무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격려해주시면 정말 고맙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