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영 미 광양시 민원지적과
세상에는 여전히 호의적이고 이해심 많고 너그러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민선6기 들어 시정의 제일 목표랄까 구호는 역시 시민의 행복을 위한 친절이므로 우리 민원실도 그런 시장님의 의중에 따라 구호를“친절은 시민의 행복입니다”로 내걸고 매주 2회씩 친절교육과 함께 고객의 권리를 복창하며 더욱 친절한 한 주를 열어가고자 다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친절은 베푸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흐뭇하게 만들어 어딘가 차곡차곡 비축해놓고 꺼내 쓰고 싶을 정도로 돈들이지 않고 교류할 수 있는 최고의 마음 덕목이 아닌가 싶다.
민원지적과에서 가족관계등록업무를 맡은 지 1년 2개월, 직접적으로 민원을 대하기도 하고 또는 전화, 혹은 행정기관끼리 상호 연계하여 가족관계부와 제적부(구 호적)를 수시로 정정하고 기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가족관계등록부는 조선말기 호구조사규칙을 공포한 후 민적법이라는 근대적인 호적체계를 거쳐 신고주의 방식의 호적제도로 전환되었다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거쳐 정부수립 후 호적법이 공포 시행되기까지 백년누대로 거쳐 오면서 적지 않게 오기나 누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호주중심의 가(家) 단위의 신분등록부 편제방식과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기록하고 작성한 것이라 실수 혹은 부주의로 인해 후대에 정정 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그동안 수차 개정과 일괄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바로 잡고 정정이 되었지만 처음부터 잘 못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가족관계등록부 전환시에도 여전히 누락과 오기로 기록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각종 공부 정정시 윗대의 제적부를 하나하나 비교 대조하여 언제 어떤 연유로 틀리게 되어 정정을 하게 되는지를 자세하게 기록하게 되어 있어 예상보다 다소 처리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또는 처음 설명 드린 것과 다르게 도중에 전적 등으로 인하여 등록기준지가 변경되면 본 기관에서 처리를 할 수 없는 등의 예상치 않은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이밖에 직권으로는 정정이 불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도 가끔 있는데 그럴 때는 전화로 상세히 설명하고 안내를 하면 다짜고짜 앞뒤 정황을 무시하고 화를 내고 호통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처리를 못하느냐, 그 까짓 두드리면 다 나오는데 뭘 할 게 있다고 그러느냐,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뭐하고 자빠졌느냐”는 식의 업무 비하와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으로 그야말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자존감의 박탈과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그런 언행을 퍼부으면서도 연령고하를 막론하고 오로지 일방적인 친절만을 요구하며 조금이라도 거슬린다 치면 곧바로 윗선이나 감사파트에 전화 하여 처분을 요구하는 악순환을 반복, 더더욱 전의를 상실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안하무인식의 일부 민원인 때문에 공직에 대한 자부심은커녕 수일 동안 의기소침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날이 심심찮게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환은 필자뿐만 아니라 민원을 대하는 대부분 직원들의 공통된 애환이기도 하여, 그야말로 요즘 대부분의 하위직 공무원은 소위 감성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민원인과 공무원이기 이전에 어쩌면 딸 같기도, 누님이나 동생 같기도 한 정다운 이웃이다.
일방적인 친절만을 강요하기 이전에 민원인도 업무담당자를 신뢰하고 조금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면 어느 것보다 우선하여 잘 처리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 함으로써 친절은 마음으로부터 샘솟고 시민은 행복해지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한 몸처럼 서로 소통한다면 바르게 참선하는 것 보다 만 배나 낫다는 채근담의 가르침을 되뇌며, 이 가을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음을 실감하는 근래 우리 공직풍토를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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