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전통문화 체험으로 도시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여 기와마을
2. 소셜커머스로 체험객 유치, 마을기업으로 성장한 논산 포전마을
3. 독일 굿아흐, 농촌관광 마케팅 기법 '쯔바이텔러란트 카드'
4. 가족 농장체험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독일 라우터바흐 마을
5. 지속가능한 발전 농업, 환경, 교육 융합 도시농업 프로젝트
6. 지역농업생산자가 만든‘우리의 자연을 만끽하라’협회의 그린투어리즘
7. 에필로그-도시민과 농촌간의 교류, 새로운 농촌관광전략 절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소득 4천만원의 부촌이
녹색체험마을로 성공한 요인은
“도농교류의 핵심은 Give and Take인데 농촌사람들은 (도시민으로부터) 받으려고만 하고, 도시민들은 생색만 내려한다. 이러한 것들이 해소되고 서로 상생하면 이상적인 도농교류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본다.”
‘부여기와마을’ 정하진(51) 촌장의 말이다. 결국 정 촌장은 이상적인 도농교류를 위해서는 마을주민, 체험객, 체험마을 운영주체 등 3자간의 ‘마인드 변화’만이 녹색체험마을 청사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2002년 주5일제 근무 등으로 증대되고 있는 도시민의 농촌관광 수요를 농촌으로 유치하여 농외소득증대와 농촌지역 활력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녹색농촌체험마을이 2011년말 기준으로 1226개소에 이르고 있지만, 마을리더의 부재와 주민 간 갈등으로 정부지원 대상에서 퇴출되는 마을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정부가 도시민의 농어촌에 대한 수요 증가에 부응하고, 생산과 정주의 기반인 농어촌에 활력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하면서 농어촌 살리기에 나섰지만, 마을주민들간 갈등과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의 부재 등으로 체험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2010년 13개 마을, 2011년 28개 마을 등 마을주민 스스로가 체험마을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퇴출되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농어촌의 초고령화 사회와 맞물리면서 체험마을 운영주체의 부재를 초래했고, 결국 정부로부터 2억 원의 예산을 받아 기세등등하게 추진됐던 ‘농어촌체험마을사업’은 개점 휴업상태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처럼 시행 11년 째를 맞고 있는 농어촌체험마을사업이 ‘위기 아닌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지난 22일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선진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2리에 위치한 ‘부여 기와마을’을 찾아 이 마을 정하진(51) 촌장으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의 현주소와 청사진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참여농가 출자금 제도 도입
주변관광지 연계로 녹색농촌체험마을 선도
지난 2008년 정부로부터 2억 원을 지원받아 체험관을 건립하고 체험농장을 조성하는 등 녹색농촌체험마을에 뛰어든 ‘부여 기와마을’은 전체 90가구 중 59%에 이르는 53가구가 체험마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수박과 멜론, 오이, 호박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기와마을은 농가당 연간 4천만 원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부촌이면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기에는 여건상 녹록치가 않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농협중앙회라는 든든한 직장을 접고 2003년 기와마을로 귀촌한 50대의 정하진 촌장이 정착하면서 마을은 점차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정 촌장은 가장 먼저 마을을 진단했다. 정 촌장의 결론은 3무 3H. 즉, 일할 사람이 없고, 일할 의지가 없고, 일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3무와 생각(머리, Head), 느낌(가슴, Heart), 실천(손, Hand)의 3H가 그것.
특히, 연간 4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주민들에게 가시적으로 자기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큰 돈을 만질 수 없는 체험마을 사업은 그야말로 ‘애물단지’인 양 치부되고 말았다. 게다가 귀촌한 정 촌장을 타지인 인양 마을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평생 농사만 짓던 마을주민들의 “우리 마을에 무슨 손님이 오겠느냐”는 부정적인 마인드는 정 촌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 촌장은 선진지로 이름 난 체험마을 방문 등을 통해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화투치고 윷놀이 하던 마을회관의 문화를 다트와 운동기구를 통한 문화생활로 바꿨다. 또 바구니를 만들어오면 5천 원, 솟대재료를 1세트씩 만들어오면 7백 원을 주고, 장을 담그는 가정에는 체험객들에게 장을 팔 수 있는 장터를 만들어주는 등 마을주민들에게 동기부여도 시작했다.
이후 마을주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정 촌장은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모집한 참여농가들에게 출자금을 받아 지난해 8500만원의 순수 소득을 거두고 이 중 2300만원의 배당금을 참여가구 53가구(가구당 40만원 정도)에 배당했다.
정 촌장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백제문화 중심권과 4대강 사업 백제보, 생태공원 인근에 위치한 마을의 용이한 접근성을 최대한 활용한 관광투어와 기존의 식상한 문화체험 대신 솟대에 소원을 적어 발표하기, 풍등날리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이어갔다.
또한, 전국의 기관 단체와 MOU를 체결하는 한편, 우송대학교 장인식 교수를 필두로 우송대생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서포터단’으로 위촉하는 등 취약했던 홍보도 강화했다.
특히, 정 촌장은 대외적인 사업에 주력하면서도 마을 주민들간의 ‘갈등’해소에도 관심을 가졌다. 가장 눈에 띠는 점은 자칫 마을주민간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농촌민박을 촌장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정 촌장은 “시골에 집은 잘 지어져 있으면서도 노인만 살고 있는 가구를 10곳 선정 운영하되, 모든 예약은 촌장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수익은 10%를 제외하고 농가에 지급한다”며 “특히 저녁마다 민박집을 들르는데 손님이 오면 반드시 간식거리라도 주도록 하고 있고, 만약에 손님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정이 없게 대하면 손님을 보내지 않는다”고 농가민박 운영원칙을 설명했다.
덧붙여 2020년까지 3차 개발을 통해 맛과 멋이 살아있는 생동하는 기와마을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기와마을 2020 프로젝트’와 2013년도 ‘꿋뜨래 웰빙 밥상’을 주제로 풀뿌리형 마을기업에도 도전장을 던진 정 촌장은 “바람개비를 돌게 하려면 바람부는 쪽으로 향해야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결국 내가 뛰어야 한다는 신조로 누구나 오고 싶고 살고 싶은 정이 넘치는 마을,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웃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지켜봐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부여기와마을 촌장 정하진
▷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주민들의 농촌체험마을에 대한 마인드 부족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다보니 마음의 벽도 생기도, 고령화로 인해 마을리더 등 인적자원이 부족한 것도 힘들다. 무엇보다 마을주민들의 배움이 부족하다보니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한 것도 관심을 저하시키는 주요인이다.
▷ 마을 조직도에 위원장이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주민들이 마을사업에서 소득이 생긴다는 건 생각도 못하다가 소득이 생기면 갈등이 생기는 게 다반사다. 마을사업에서는 마을주민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이 가장 위에 있다고 생각해 조직도에도 상위에는 항상 주민들이 있다. 위원장은 가장 아래다.
▷ 녹색농촌체험마을의 비전이 있다고 보는가
있다고본다. 전국 1,000여개의 체험마을 중 상위 20% 빼고는 사실상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에 사업을 줄 때는 마을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킨 후에 자금을 지원해 줘야 하다. 또, 침체기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마을주민 10명 이상은 연수와 교육이 이루어진 뒤에 예산 지원도 이루어져야 마인드가 생길 것이다. 또,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체험마을은 개인이 위탁경영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본다. 개인이 운영하면서 소득이 발생하든 하지 않든 마을에서는 임대소득이라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내년도에는 충남도의 마을기업에 ‘굿뜨래 웰빙밥상’을 주제로 신청하려고 한다. 웰빙밥상을 마을기업으로 운영하게 되면 마을에서 하우스를 지어서 식자재 공급은 마을자체로 자급할 예정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용창출도 될 것으로 본다. 음식은 다양화보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연잎밥이나 시골밥상으로 할 예정인데, 친환경은 어려울 것 같다. 저농약으로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