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한 목소리
택시기사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한 목소리
  • 이혜선 · 정아람
  • 승인 2012.11.05 09:46
  • 호수 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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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일상 “그래도 희망 갖고 살아야지…”


다짜고짜 만났습니다

택시는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대한민국에서 제일 빠른 뉴스 채널이라고 불린다. 또한 뉴스를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민심과 여론이 택시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론 전달에 빠르다. 이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여론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기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자주 기울인다.

택시는 끊임없이 지역을 오가며 경기나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고 무엇이 정말 우리 지역에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

광양신문은 창간 13주년을 맞아 우리 지역을 오가는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른바 ‘다짜고짜 인터뷰’다. 두 명의 여 기자는 사랑병원 앞, 금광아파트 앞, 남양파크 앞 택시 정류소를 찾아가 기사들의 생생한 민심 현장을 엿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상권이 살아나야
우리도 잘 살지

역시 가장 큰 이슈는 경제다. 장기 불황은 택시업계에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택시 기사들은 체감경기 질문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기 탓에 택시 업계도 울상이라는 것이다.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는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경기도 차갑단다.

택시 운전 경력 7년차를 맞는 김주태(64) 기사는 “상가들이 장사가 잘 돼야 우리들도 벌어먹고 사는데 포스코가 4조 2교대로 바뀌면서 상가들이 울상”이라며 탄식했다. 포스코 직원들이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오히려 상권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교육이다 봉사활동이다해서 시간을 빼앗기고, 거기다 여가를 보내기위해 외지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해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광양시도 손 놓고 있지 말고 광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광양에서 쉬고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택시 운전 10년차인 이민재(58) 기사는 “TV나 신문을 보면 포스코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면서 “우리 지역 경제의 커다란 축을 맡고 있는 포스코가 힘든 시기를 잘 넘기고 빨리 원상회복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로 돈 벌었다는 소리 좀 들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시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봤다. 여수엑스포, 광양월드아트서커스 등을 비롯한 지역현안에 대해서 물어보니 대답은 의외로 무관심이었다.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시정에 큰 관심 기울일 틈이 없다는 말이었다. 이 기사는 “소수자, 특정인들을 위한 이벤트 보다는 시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이날 만난 택시 기사 대부분은 “경제 살리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먹거리 해결을 우선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서민들의 고충 공감해주는
대통령 나와 주길

대선이 이제 40여일 남았다. 택시 기사들의 이야깃거리도 대선이 주를 이룬다. 그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새로운 대통령은 서민들이 잘 살게 나라를 이끌어 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 20년차 백효근(59) 기사는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골고루 잘 살아야하는데 이건 뭐 있는 사람들만 잘 살고 없는 사람들은 죽어라죽어라 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에 타는 손님들도 다 똑같은 얘기만 한다”며 “새로운 대통령은 서민들의 삶을 공감하고 서민들에 맞는 합리적인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8년차 문세현(47) 기사는 “살기 바쁜데 정치는 무슨…”이라며 “지금 어디 대선 후보 중에 시민들이 어떤 점 때문에 힘이 드는지 아는 후보가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정치 같은 소리는 대통령되고 나면 다 잊어먹지 않냐”며 “뽑아놓으면 뒤에서 돈 먹기 바쁜 정치인들 신경 안 쓰는 게 맘 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씨는 “아무쪼록 국민들이 우리 시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힘든 직업이지만 그래도 해야지

바쁜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택시 기사들. 하지만 우리가 만난 기사들은 대부분 사납금 채우기도 바쁘다며 자꾸만 오르는 가스값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13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신형기(51) 기사는 지난 1일에 또 가스비가 올랐다며 개탄했다. 신 기사는 “그래도 가스가 800원정도 할 때만 해도 그나마 운전할 맛이 났는데 지금은 운전대를 계속 잡는 것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 헷갈릴 정도로 어려워 어떤 날은 사납금에, 가스비에 적자 나는 날도 적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운전대를 놓지 않을 생각이다. 사명감 때문이다. “힘들 날도 있지만 그래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이 뛰어서 좋은 날을 만들어 나가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하중(57) 기사는 “매화콜을 시행한지 이제 한 달 정도 되는데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경기 탓에 콜 비 300원이라도 아끼려는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단다.

김 기사는 “시민들이 광양의 택시를 애용할 수 있도록 더 친절하고 따뜻한 서비스로 대하고 싶다”며 “택시를 탄 순간만이라도 휴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