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말 잘 못해요.”
천천히, 비교적 또박또박 한국말을 구사하는 판티푸웡타워(베트남ㆍ33)씨는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수줍어했다.
얼마 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판 씨는 ‘판소영’이라는 어엿한 한국 이름도 가져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다. 지난 2005년 7월 정병순 씨와 결혼한 그는 시부모님, 남편, 네 살배기 아들 등 3세대 다섯 식구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판 씨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지만 늘 공부하며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한국 음식도 잘 먹고 나물 등 간단한 음식도 요리할 줄 안다”고 웃었다.
판 씨는 동생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아이도 낳고 시부모님, 남편이 모두 잘해줘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 씨의 시아버지인 정영현 어르신은 “며느리가 말도 잘하고 살림도 일등”이라며 “열심히 살고 있는 며느리를 보면 기특할 때가 많다”고 칭찬했다.
시어머니 김기준 씨도 “외국인 며느리라고 해서 처음부터 반대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는 않았다”며 “며느리가 너무나 착하고 성실해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판 씨는 현재 오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광양읍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국어에 능통해 커피숍에서 일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농사일을 조금씩 도와주고 있다”며 “우리에게 효도하고 남편에게 잘하는 며느리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에게는 얼마 전 큰 경사가 겹쳤다. 판 씨는 현재 임신 5주째로 올해 안에 둘째를 볼 예정이다. 시아버지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 며느리와 손주 모두가 건강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고 애틋한 심정을 전했다. 시어머니 역시 “건강이 우선”이라며 “올해는 우리 가정에 커다란 축복이 내려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남편 정병순 씨는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며 “많이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가정을 든든히 지켜주는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사랑을 전했다. 그는 “아무토록 아내가 몸 관리 잘해 건강한 아이를 낳기 바란다”며 “가장으로서 아내와 함께 더욱더 열심히 가정을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판소영 씨가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은 쌀국수다. 그는 “가끔 고향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요리하고 친구들과도 함께 나눠먹는다”며 “쌀국수를 먹을 때면 늘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판 씨는 이어 “한국에서 명절을 몇 번 지내봤는데 아직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아서 명절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족 끼리 만나 음식을 나누는 것은 매우 좋은 풍습이다”고 말했다. 베트남도 설이 되면 명절을 지내고 가족들과 음식을 나누며 덕담을 한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친정에 전화하며 베트남 가족의 안부를 묻고 있는 판 씨는 “한국에 와서 두 번 베트남에 가봤는데 아이를 낳으면 한 번 가고 싶다”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그는 “올해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며 “이번에 맞이하는 설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느 때처럼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