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빚고 있는 박필순 의원의 이집트 해외연수는 지난 6월 5박 6일의 일정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박 의원은 시가 추진 중인 진월면 망덕포구 랜드마크 조성사업을 위한 해외견학을 이유로 이집트 방문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에 앞서 관광청 방문과 국립고고학 박물관, 카르낙신전 등 이집트 주요 유적지를 견학한다며 계획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그 뒤 국외여행 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집트 여행경비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자부담은 32만9천원이었다.
문제는 박 의원의 연수일정이 관광청 방문 이외에 일반 이집트 관광루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먼저 지적됐다. 그것도 유일한 연수일정이었던 관광청 방문 일정도 소화하지 못한 의혹도 있다. 또 개인의원 자격으로 공무해외연수계획서를 냈으나 사실상 모 대학 교수 등과 이집트 여행일정을 맞추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모 대학교수들의 관광성 해외여행 일정에 맞춰 공무국외연수를 계획했다면 당초 목적으로 제시한 공무국외연수가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박 의원은 광양신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단한 분(모 대학 교수)들이 동행한 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며 “그들과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은 특별한 기회로 여겼다. 그들의 일정에 (공무국외연수일정을)맞출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회”라고 강변했다. “단순 시찰이 아닌 특별히 계획한 해외연수였다”는 항변이다.
무엇보다 부실한 해외연수보고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연수보고서 부실 제출논란은 그동안 시의회 해외연수 뒤 항상 불거져 온 문제다. 박 의원이 제출한 연수보고서 대부분의 내용이 인터넷 검색 등으로 충분히 가공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주한이집트대사관 소개자료나 외교통상부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 확인결과 연수보고서에 첨부한 이집트 주요유적지 소개부분은 주 이집트대사관이 2004년 작성한 이집트 40페이지 짜리 소개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의 28페이지 짜리 연수보고서 가운데 8쪽이 그대로 인용됐다. 이는 목차 등과 일정소개 5쪽을 제외하면 연수보고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분량이다. 또 나머지 연수보고서도 대부분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집트에 대한 개황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첨부된 사진자료를 제외하고 나면 정책적 제안은 4쪽 남짓에 불과한 것이어서 부실 연수보고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해외 출장을 하는 것은 명확하게 보고서에 나타나지만 선진지 견학, 벤치마킹 등의 보고서는 부실한 것이 많다”며 “이번처럼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에다 다녀온 뒤 사진만 게재된 정도”라고 꼬집었다.
국외여행 심사위원회의 승인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광양시의회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살펴보면 공무국외여행 심사에 필요한 기준은 국외여행 이외의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거나 단순 시찰과 견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외여행은 억제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국외여행은 단순 비교견학이 아닌 학습과 연구의 목적으로 기관방문 활동 등을 통한 자료수집과 현지적용 사례를 조사-분석해 의정에 적극 활용토록 하고 있다.
해외연수 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단순 견학이나 관광에 일정이 계획돼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의결해야 했으나 박 의원의 경우처럼 대부분 관광성이 짙은 유적지 견학으로 일정이 채워진 연수계획서를 승인한 것은 조례의 필요기준을 허술하게 적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명완 시의회 의장은 “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외연수심사위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좀 더 노력하겠다”며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참여시켜 의결 기준에 맞는 국외연수는 승인하되 필요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제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