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계산과 도선국사

서종탁 / 전 광양교육장

2006-09-13     광양신문
요즈음은 교통이 편리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각급 학교에서는 소풍행사로 차를 대절하여 관광지나 명승고적을 찾아서 체험학습을 다녀오고 학교 운동회도 조촐하게 치러지고 있지만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소풍과 운동회는 학교의 가장 큰 행사였다.

그래서 학생들은 소풍날이나 운동회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초등학교 시절의 소풍이나 운동회는 일생동안 잊지못할 추억이 되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버스도 없어 읍내까지도 걸어서 다니던 때라서 소풍은 놀기 좋은 산이나 냇물가를 찾았는데 봄소풍은 언제나 백계산으로 갔다.

백계산은 울창한 동백림이 있기 때문에 ‘동백산’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옥룡뿐만 아니라 인근의 봉강면과 광양읍에 있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봄소풍은 거의 해마다 동백산을 택했다.

어느 해는 3~4개교의 학생들이 같은 날 소풍을 와서 복잡하기도 했지만 넓고 아름다운 동백산은 여러 학교의 많은 학생들을 품에 안고서도 즐겁기만 했으며 이후로도 필자가 교단에 선 60년대, 70년대까지만 해도 동백산은 학생들의 봄소풍 장소로 활용되었다.

전라남도 지방기념물 제12호(74. 9. 24)로 지정된 동백산은 해발 403미터의 백계산 남측 경사면을 따라 천연생 동백림이 7ha가량 조성되어 있는데 속설에는 도선국사가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튼 일정 간격으로 심어진 고령수들을 보면 수백년전에 심어진 나무임을 알 수 있다.

고창 선운사나 진도, 완도 등 동백림으로 이름난 곳을 더러 보기도 했지만 백계산의 동백림처럼 수령이 오래되고 넓은 경사면에 양지바른 곳에 심어져 있으며 그 안에 묘가 자리잡고 있는 분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곳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광양시에 살고 있으면서도 초등학교 소풍때 가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동백림을 안고 있는 백계산이 우리 고장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백계산이 세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 것은 수년전 KBS에서 방영된 대하드라마 ‘태조왕건’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백계산 옥룡사’라는 말이 여러번 나온다. 도선국사가 그의 제자 경보와 함께 서라벌에 갔다가 나오면서 경보스님이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하고 물으니 “백계산 옥룡사로 가야겠다.”하고 대답한다.

후백제 견휜의 책사가 된 최승우도 당나라에서 공부하고 와서 옥룡사에서 수도를 하고 있는데 견휜이 ‘삼고초려’를 하다시피 해서 모셔다가 책사로 삼는다.

또 태조왕건이 백제와 대립 관계에 있으면서도 백제땅인 옥룡사에 은거하고 있는 도선국사에게 밀사를 보내는 장면도 몇차례 나온다.

무튼 이 드라마를 통해서 백계산 옥룡사는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우리 고장 사람들도 ‘그런 절이 있었는가?’하고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선(827~899)은 속성은 김씨이며 전라남도 영암사람이다. 그의 비석에 새겨진 글을 통해 그의 생애는 5기를 나눌 수 있는데 제1기는 출생부터 15세까지의 유년기, 제2기는 15세부터 20세까지의 화엄경 수학기, 제3기는 20세부터 23세까지의 선종 수업기, 제4기는 23세부터 37세까지의 방랑수련기, 제5기는 37세부터 72세 입적하기까지의 옥룡사 은거기이다.

태조왕건이 임금이 되어 삼한을 통일할 것을 예언하고 송도에다 집터를 잡아주었으며 드라마에서는 직접 수년동안 왕건을 가르치면서 ‘도선비기’를 전해 주기도 했다.

음양 오행의 오묘한 이치와 산천지리의 큰 진리를 깨닫고 풍수지리설을 우리 나라에 처음 정착시킨 도선비기의 주인공인 도선국사가 직접 터를 잡아 입적때까지 35년을 살면서 제자를 양성하였으니 우리 고장 백계산은 길지중의 길지라고 볼 수 있겠다.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이 전국 방방곡곡을 방랑 수련하다가 백계산에 정착하여 37년을 살다가 입적했다는 것도 관심사인데 백계산에는 수백년 된 천연 동백림이 있으니 관광지로서는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우리 시에서도 관심을 갖고 옥룡사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지만 욕심 같아서는 사유지인 백계산을 전부 매수하여 옥룡사와 함께 시립관광지로 개발했으면 한다.

심청전, 홍길동전, 토지 등 소설속에 나오는 허구의 인물을 자기 고장 출신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축제를 벌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소설속에 나오는 장면 그대로 집을 짓고 꾸며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자체도 있다.

도선국사는 실제로 있었던 풍수지리학의 시조이며 옥룡사도 실제로 있었던 절이다. 또한 최근 들어 풍수지리학에 대한 관심사도 점차 증대되고 있다.

옥룡사를 신속히 복원하고 백계산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여 내 고장이 전국에서 제일 가는 길지임을 홍보했으면 한다. 그렇게 될 때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어 고장을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상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입력 : 2005년 12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