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축구도시 위상 되찾나
리그 4위 마무리, 승격 기대감 상승 21일, 부산전 홈경기…단판 승부 평균관중 4000여명, 전년 대비 ‘2배’
전남드래곤즈가 정규 시즌을 4위로 마무리하며 3년 만에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매 경기 4000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축구도시’로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전남은 지난 9일 열린 2024 하나원큐 K리그2 39라운드 서울 이랜드와 원정 경기에서 4골을 퍼붓는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최종 시즌 순위 4위를 확정했다. 승격 준PO진출이 확정되면서 오는 21일 홈에서 부산과 PO진출을 걸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승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탓인지 2부 강등 후 가장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에 <광양신문>이 전남드래곤즈의 2024시즌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관중 동원력, 지방 구단 중 최고
전남의 홈구장인 광양축구전용구장, 일명 ‘드래곤 던전’을 찾은 관중 수는 K리그2를 통틀어서 4번째로 많았다. 18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7만445명이 방문하면서 경기당 평균관중 3914명을 기록했다. 2부 리그에서 수도권 구단을 제외한 지방 구단 중 가장 높은 순위로 전남보다 많은 관중을 동원한 구단은 수원(경기당 1만 362명), 안양(경기당 5250명), 서울이랜드(경기당 4005명)뿐이다.
이같은 수치가 더욱 놀라운 것은 원정 관중이 가장 적은 구단이었기 때문이다. 7만여명의 관중들 중 원정 팬들은 단 2337명에 불과했다. 서울이랜드 홈경기에 1만 427명의 원정 팬들이 찾은 점을 고려하면 홈팬 숫자는 전남이 월등하게 높은 셈이다.
특히 2부리그 구단들 중 전남드래곤즈 경기장이 위치한 광양보다 인구수가 적은 도시는 한 곳도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방 구단 중 경남(경기당 3674명)은 인구 100만명에 달하는 창원시를 연고로 하고 있으며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도 경기당 관중 3071명에 그쳤다. 그나마 올 시즌 1부리그의 김천이 광양과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지고 있으나 빼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평균 관중 3306명으로 1부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달라진 축구 스타일, 화끈한 공격력
올 시즌 전남 축구가 인기를 끈 비결로는 달라진 축구 스타일이 꼽힌다. 이장관 전남 감독은 항상 ‘핸드폰 볼 시간도 없는 축구’를 강조하면서 속도감 있고 빠른 공격 전개를 추구해왔다.
이는 경기 기록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2부리그에서 치른 6시즌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무려 61골로 경기당 1.69골을 터트렸다. 이 부문 1위는 서울이랜드로 1골 더 많은 62골을 기록했다. 50실점으로 수비력에선 리그 평균이었으나 다득점 경기와 극장골로 인한 극적인 승리가 많아지면서 흥미진진한 경기가 다수 연출됐다.
앞서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2021년과는 전혀 다른 경기 운영이다. 당시 전경준 감독은 수비 위주의 전술을 내세우며 득점은 38골에 불과했지만 30실점이라는 ‘짠물수비’를 선보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이같은 전술이 먹히면서 2부리그 구단 최초로 ‘FA컵 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뤘으나 다소 루즈한 경기 흐름에 팬들의 재미는 줄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역과 동행, 성공적 자리매김
전남드래곤즈의 홈 관중이 2배 가까이 폭증한 배경에는 ‘지역민들과 동행’을 내세운 것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브랜드 데이를 개최하며 지역 기관·단체들이 경기장을 방문했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지역 학교나 봉사단체를 찾아갔다.
지난 2월 시즌 시작 전 중마장애인복지관에서 배식봉사로 첫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막 부임한 김규홍 전남드래곤즈 사장은 “전남드래곤즈는 전남도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팀”이라며 축구단과 지역사회의 강한 동행 의지를 보였다.
이외에도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광양시축구협회 등 지역 정치권 및 유관기관과 협약을 맺는 등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김포와 홈 개막전에는 무려 7913명에 달하는 지역민들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시즌 개막 후에도 단편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발달장애인 축구클리닉 △스쿨어택 △여수 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 △야간순찰 △어린이 축구클리닉 등 행사를 열고 지역민들과 꾸준한 접촉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아울러 여러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주기적으로 개최한 브랜드 데이도 축구팬들을 유입하는데 크게 한 몫 했다.
광양교육지원청, 청년회의소(JC), 광양경찰, 광양소상공인, 여수광양항만공사, 재순천광양향우회, 광양시청년연합회, 해남군, 구례군 등 경기마다 다양한 단체와 함께 브랜드 데이를 개최했다.
전남드래곤즈가 지역과 소통하는 구단으로 거듭나자 지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골마다 1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하는 ‘기부챌린지’에는 10여곳이 넘는 기업들이 참여해 전남의 승리를 응원했다.
더불어 선수단에 회식 지원이 잇따르고 지난 14일에는 ㈜스플렌디노가 승격을 위해 500만원을 후원하기도 하는 등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일정은?…부산, 이랜드 넘어야
승격을 위해 당장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오는 21일 열리는 부산과의 준PO를 통과해야 한다.
부산보다 상위 순위로 진출한만큼 무승부를 거두더라도 PO에 진출이 가능하다.
다만 상대전적이 1승 2패로 열세에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지난 여름 조성환 감독 부임 후 경기력이 좋아진데다 전남을 상대로 치른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점이 변수로 여겨진다.
부산을 넘어 PO에 진출한다면 서울이랜드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엔 하위 순위라 무승부만 해도 탈락이 확정되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시즌 최종전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충분한 휴식 이후 팀을 재정비해서 경기에 나설 서울이랜드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봐야한다. 리그에서 골득실이 가장 많은 팀으로 언제든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서울이랜드마저 제압한다면 마지막 관문인 K리그1 10위팀과 대결이 남아있다. 홈과 원정 2번으로 치러지는 경기는 동점일 경우 홈 다득점제를 적용해 최종 승자가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