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식문화, ‘국거리’ 비비추와 원추리
광양시 전통 식문화이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가운데 하나는 ‘국거리’이다.
‘국거리’는 데친 나물 5종류 정도를 뭉쳐서 구입한 사람이 국을 끓이는데 곧바로 사용할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광양에서 ‘국거리’는 오랜 전통이 있는데 지금도 매년 봄철이면 광양5일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국거리’에 많이 사용되는 나물류 중 비비추와 원추리는 특별하다.
이들나물 종류는 신선한 것보다는 데쳐서 ‘국거리’ 재료로 이용되고 있는데, 그것은 이들 식물의 특성에서 기인된 측면이 있다.
백합과 식물로 7-8월에 자주색의 꽃이 피는 화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화훼용으로 육성된 많은 품종의 도로변이나 정원에 많이 식재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토종 우리나라 전통 나물채소로 유명하다.
자생 비비추는 재배 채소처럼 연하고 향긋하며 매끄러우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고급의 산나물이다. 일반적인 산나물의 쓴맛이나 떫은 맛, 억센 섬유질 등의 단점이 되는 특성도 없다. 게다가 잎사귀도 크고 수확량이 많아 특산 나물로 육성하기에 좋은 식물이다.
나물측면에서 비비추는 맛이 좋고, 생산량이 많은 특성이 있으나 미량의 수용성 독성 성분이 있어 생으로 먹게 되면 심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하고, 심하면 탈수 증상까지 동반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비비추를 식용으로 이용하려면 이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독성의 제거법은 비비추를 물에 넣어 비비면서 거품을 제거하고 끓는 물에 데치면 된다.
원추리는 백합과 원추리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며, 원추리의 이름은 한자 이름인 훤초(萱草)를 부르는 과정에서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원추리 싹은 나물로 많이 이용되는데 이 식물에는 독성물질인 콜히친(colchicine)이라는 알칼로이드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원추리에 함유되어 있는 콜히친은 통풍치료에 사용되는 물질이기도 하나 인체에는 독성으로 작용해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콜히친이라는 독성물질은 원추리가 클수록 많아지므로 원추리를 식용으로 할 때는 성숙한 큰 잎보다는 어린 순을 먹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원추리를 삶게 되면 콜히친이 적절하게 제거된다.
따라서 광양시 전통 식문화이자 먹거리인 ‘국거리’에 사용되는 비비추와 원추리가 신선한 것이 아니라 데쳐서 ‘국거리’에 사용되는 것은 이들 나물을 국으로 이용했을 때 맛있는 점과 함께 소비자들의 안전을 고려한 상품이라는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광양시에서는 이러한 지혜로운 식문화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재배가 쉽고, 맛있으며, 수확량이 많은 비비추와 원추리를 대량 재배하더라도 ‘국거리’를 만들듯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포함하면 특산물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광양시농업기술센터 같은 곳에서도 비비추와 원추리의 그러한 특성에 무관심해 보인다. 광양 전통과 지역 음식의 개발에 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측 역시 무관심한 가운데, ‘국거리’라는 상품과 그것을 이용하는 문화는 점차 쇠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