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허술한 운영…청년들 “광양 안갈래요”

광양 살고 싶어 지원했지만 ‘무대응’ 업체, 연락 준다더니 “누락될 수도” 시도 보조금 2억 받은 사업이지만 “광양시와 무슨 연관인지 모르겠다”

2024-10-14     김성준 기자

대전에 거주하는 A(37)씨는 최근 직장을 관두고 타 지자체 한달살기를 알아보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달살기 어플인 ‘한달살러’를 둘러보던 중 광양이 눈에 띄어 프로그램을 지원했지만 면접은 커녕 합격여부 통보조차 없었던 것이다.

결과발표가 늦어지자 직접 문의까지 했으나 “죄송하다. 내일 중 연락드리겠다”는 답변을 끝으로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평소 광양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던 A씨는 “무슨 이런 운영이 있냐”며 결국 타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청춘스케치마을’은 전남도에서 추진하는 공모 사업으로 광양시는 청년기업 ‘네모’에서 선정돼 추진하고 있다.

광양읍 구도심지를 거점으로 청년들이 일정 기간 지역에서 머물면서 로컬디자이너, 지역상권 살리기 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으로 1년차 2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특히 전남형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중 ‘한달살기’는 최근 청년층에게 각광을 받는 콘텐츠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워케이션’ 열풍이 불어오면서 새로운 지역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장기간 체류로 지역의 매력을 알리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아울러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수도권을 떠나 지역에 정착을 결심하는 청년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각 지자체는 한달살기에 필요한 숙박을 제공하고 필요시 취업연계까지 지원하는 등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정인화 시장도 지난 8월 직접 ㈜네모, 포스코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의 지원과 청춘스케치마을의 창의성은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 광양의 미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각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양시는 되려 황당한 운영으로 오히려 광양시를 찾아오는 청년들을 쫓아내는 모양새다.

광양시 청춘스케치마을을 운영하는 (주)네모측은 올해 ‘한달살러’ 어플에 총 3번의 참가자 모집 공고를 냈다. 그중 가장 최근 공고는 9월 23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광양 대표 기업 캐릭터 포석호 팝업스토어 운영 및 홍보’가 주된 콘텐츠로 소개됐다. 해당 공고에는 모집기간 9월 1일부터 22일로 20세~39세 청년 10여명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과발표 예정일은 20일이었다.

결과발표 전날인 9월 19일 (주)네모 사업담당자는 A씨와 전화 통화로 “일정이 변경돼 알려주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10일여가 지난 9월 27일 사업담당자의 전화를 받지 못한 A씨가 “지원 결과를 알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사업담당자는 “사실 현재 면접이나 기타 내용을 전혀 보지 못한 상태로 신규인원은 2명만 모시는 걸로 이제야 확정이 됐다”고 답했다.

이어 “내일 중 한번 연락드리겠다”며 “면접이라기보다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겠다”던 담당자는 그대로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태와 관련 공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해당 사업담당자는 “이미 10명 선발을 마쳤고 관련 자료나 면접 영상도 있다”며 “일정 변경 관련 연락을 모두 돌렸는데, 이 과정에서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신청자가 미흡하다고 느꼈다면 미흡한 거겠지만 민간에서 하는 사업과 광양시가 어떤 연관이 있길래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받아 민간업체가 위탁받거나 공모하는 사업들에 미흡한 점이 발견될 경우 광양시 신뢰도에 금이 간다는 문제점이 있다.

앞서 진행된 ‘청년의 날’ 행사도 광양시청년연합회에서 위탁받아 진행했지만 미흡했던 행사에 대한 책임이 시로 돌아간 사례다.

물론 담당 공무원들이 관리·감독을 해야 하지만 각 부서마다 일손이 부족한 탓에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내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번 사업의 경우 광양시와 함께 광양 대표 기업인 포스코까지 협약에 참여한 만큼 철저한 사업 수행과 성과 분석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시 관계자는 “민간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공모사업의 경우 보조금 정산 등을 제외하면 세세한 사업 내용과 애로사항까지 파악하긴 힘든 면이 있다”며 “앞으로 꼼꼼하게 살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