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하고 행복한 감동을 연주합니다”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별일있는 종소리 음악대’ 제14회 광양만권 화합의 가족 콘서트서 ‘금상’ 화제
‘딸랑딸랑 따라랑’
청아한 핸드벨 소리와 오카리나, 테너리코더, 텅드럼이 만드는 환상적인 하모니가 여수 밤하늘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지난 7일 여수종포해양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린 ‘여수MBC 제14회 광양만권 화합의 가족 콘서트’에서 광양시 발달장애인들과 지체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함께 준비한 헨드벨 공연이 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상 결과를 떠나 이들이 준비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노력이 보여지며 관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눈물까지 선사한 ‘근사한 공연’을 준비한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찾아 공연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종소리에 별일이…있다?
특이하게도 이 종소리 음악대의 이름 앞에는 ‘별일 있는’이 붙는다. 별일 없이 조용하게 지나가지 않고 일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장애 인식개선을 목표로 하는 음악대인만큼 최대한 다양한 무대에서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이 그대로 보여지는 이름이다.
이 특별한 음악대는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 10명으로 구성됐다. 광양시가 지원하는 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 문화예술 분야에 선정되면서 지난 2022년부터 첫 걸음을 내딛었다.
처음엔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고 수업도 10분을 넘기기 힘들었지만 주 1회 정해진 시간에 모여 수업과 연습을 진행해 오면서 지금은 어엿한 광양시 공연단으로 자리잡았다.
장애인의 날이나 문화원님길 재현행사, 어울림행복콘서트 등 지역 사회 갖은 무대를 통해 “장애인도 해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장애 인식개선’을 몸소 실천 중이다.
비교적 다루기 쉬운 핸드벨 위주의 곡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단원들이 빠르게 적응하면서 텅드럼이나, 오카리나, 테너리코더, 우쿨렐레 등까지 연습하고 있다. 멜로디를 넣을 수 있는 악기가 추가되자 공연이 풍성해졌다.
‘별일있는’ 음악단이 만들어 내는 선율에 넋 놓고 무대를 보고 있자면 장애는 ‘별일없게’ 느껴질 뿐이다.
MBC방송이라니…어디 한번?
우연히 광양만권 화합의 가족콘서트 개최 소식을 알게 되면서 참가를 결정했지만 긴장되는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3년 동안 많은 무대에 서긴 했지만 이번 무대는 규모도 가장 컸던데다 정규 방송에 송출되기 때문이다.
예선전만 통과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맹연습’을 거듭했다. 처음엔 힘들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지만 핸드벨에 다양한 악기들이 더해지면서 하모니가 생겨나자 오히려 단원들이 ‘자기 리듬’을 찾아냈다. 이때부터 ‘작품 한번 만들어 보자’는 마음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참가한 예선전 무대를 마치자 관객석에서 열화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양희청 강사는 “예선전 전날 잠도 못 잘 정도로 긴장됐는데 관객 반응에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며 “무엇보다 이들과 함께 공연을 잘 마무리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본선에서는 사실 공연보다 대기가 문제였다. 공연을 앞두고 7시간가량의 대기가 이어지자 집중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낯선 환경과 덥고 습한 날씨까지 겹치며 비장애인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양 강사와 유원숙 활동지원사의 노력 덕에 참아낼 수 있었다.
양 강사는 “실은 무대를 앞두고 다들 너무 힘겨워 하는 모습이 보여 걱정이 많았는데 무대에 서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무대를 마치는 순간 예선전에서 느꼈던 함성과 잘했다는 칭찬이 들려와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인기상, 동상에 이어 은상까지 호명되지 않자 기대감을 내려놓았으나 금상에 이름이 불리는 순간 그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마침 우연찮게 금상 시상자가 정인화 광양시장이라 더욱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그야말로 콘서트의 ‘백미’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 콘서트는 여수MBC 광양만권 화합의 가족콘서트는 오는 10월 6일 오전 8시 35분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될 예정이며 유튜브 여수MBC Music+채널에서도 볼 수 있다.
명백한 ‘일자리’…지원 강화돼야
사실 장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다. 단순히 금적전인 수입을 떠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사회통합’의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여러유형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면서 정서적이나 신체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비장애인들에게는 많은 편견을 깨게 되는 계기다.
‘별일있는 종소리 음악대’는 장애인 일자리라는 면에서 정확하게 맥락을 짚어낸다. 애초에 ‘광양시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된데다 갖은 무대에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장애인식개선’이라는 목표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원숙 활동지원사는 “3년 동안 정해진 시간에 모여 연습하고 공연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활동이 취미가 아닌 ‘일자리’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책임감과 의무감이 따르는 일자리라서 꾸준히 유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인건비 정도만 지원을 받고 있고 악기나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자부담으로 처리하고 있어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가끔 무대 의상이나 악기를 추가해야 될 때면 금전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인건비 지원 비용에 맞추려다 보니 수업 시간도 여유롭지 않다. 긴 연습시간이 필요한 발달 장애인들이라 주 1회 수업으로는 새로운 곡을 준비해 공연까지 해내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원숙 활동지원사는 “공연이나 전시를 할 때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달라지는게 느껴진다”며 “이런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일반 시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무장애 도시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